15만 대군을 지휘하는 야전군의 2인자인 참모장(육군 소장)이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체포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2007년 작전계획 5027이 담긴 교리와 교범을 북한을 위한 정보활동을 해온 ‘흑금성’ 박모 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현역 육군 소장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천안함 사건 못지않은 충격을 준다.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던 예비역 중령도 군 재직 시 취득한 통신관련 정보를 박 씨에게 제공했다고 한다.
안보의 간성(干城)인 군마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좌파 정부 시절 정보 수사기관이 대공(對共)사건에 거의 일손을 놓고 있었던 잘못이 크다. 가장 폭넓게 대공정보를 관리하고 용의자를 수사해야 하는 경찰청 보안파트는 탈북자 관리나 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국가정보원은 아예 햇볕정책의 전도사가 되다시피 했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임동원, 김만복 국정원장은 대남공작의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김정일과 귓속말을 나눌 정도였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은 축소돼 보안수사국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핵심 요원들은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가 퇴직했다.
군내 좌경세력을 단속하는 기무사 방첩파트도 대(對)간첩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한 여간첩은 기무사 안내를 받으며 군부대 순회강연을 하고 다녔다. 그는 위관장교들과 내통하며 군사기밀을 넘겨받아 북한으로 보내주다 경찰에 검거됐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후 북한은 e메일과 팩스 등을 이용한 대남(對南) 심리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쪽의 종북(從北)단체 간부들은 북한을 들락거리며 결정적 시기마다 북이 하는 주장을 그대로 옮긴다. 과연 이들을 방치해도 괜찮은 것인가.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대남공작의 일환으로 남한의 종북단체를 관리하고 있다. 통전부에 근무하던 탈북자는 종북단체와 북의 관계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하고 있다. 북의 정찰총국은 황장엽 씨를 살해하려고 탈북자로 위장한 공작원을 남파했다. 아차 했더라면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이 간첩에게 살해된 것 같은 일이 또 벌어질 뻔했다. 북은 남한 사회를 혼란시키는 간첩 공작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간첩행위는 우리를 안에서 무너뜨린다. 육군 소장이 군의 핵심정보를 누설했다니 북의 대남공작 마수가 우리 사회의 어디에까지 뻗어왔는지 통탄할 지경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 수사기관의 대공파트를 시급히 정상화해 방첩 기능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