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5회 현충일, 순국선열 앞에 부끄러운 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내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유지를 기리는 제55회 현충일이다. 올해 현충일은 6·25전쟁 60년이 되는 해인 데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해군용사 46명이 희생된 지 두 달여 만에 맞이해 더욱 뜻이 깊다. 삼가 천안함 용사들을 비롯한 순국 장병들의 명복을 빈다.

6월 6일 현충일에는 우리 민족이 최대의 수난과 희생을 당한 6·25전쟁을 상기시키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6일은 24절기 가운데 가장 좋은 날이며 조상들이 제사를 지내온 망종(芒種)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다. 현충일 하루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묵념을 올리는 의례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 모두가 평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희생정신을 진심으로 기리고 주변의 유족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과 민족을 지켜내기 위해 몸소 제물이 된 순국선열과 전몰군경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삶의 터전인 영토도 보전하지 못했다. 국가와 국민이 이들을 기억하고 유족들을 돌보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목숨을 걸고 나서겠는가.

휴전 상태가 반세기 넘도록 지속되면서 전쟁의 실상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크게 늘어났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2년 전 한 조사에서는 중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6·25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누가 먼저 6·25전쟁을 일으켰느냐는 질문에는 48%만 북한이라고 응답했고 일본 미국이란 잘못된 응답도 많았다. 청소년들에게 6·25전쟁의 진상을 제대로 가르치고 안보의식을 강화하지 못한 교육당국과 교사, 그리고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戰犯) 집단인 북한에 책임도 묻지 않고 민족이란 이유만으로 포용하려 한 지난 10여 년의 정책 과오도 청소년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북의 실체를 호도하고 북의 천안함 폭침마저 왜곡하는 사람이 많은 한심한 현실을 보면 이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희생된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기념관 벽면에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자유는 생명과 피로써 지킬 의지가 있는 국민에게만 허용된다는 진리를 국민 모두가 되새기는 현충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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