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민간단체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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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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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지키기운동본부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한강수계 수질보전 활동을 벌이면서 정부 보조금 22억 원을 받았다. 이 기간 한강유역환경청이 지원한 보조금 총 23억여 원 가운데 98%를 한강지키기운동본부가 독차지했다. 이 단체의 사무처장은 보조금 중 2억여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6∼2008년 모 사단법인에 행사 지원비로 9억9600만 원을 줬다. 이 단체는 행사 비용을 빼고 8억6000만 원의 수익을 냈는데도 문화부는 이를 환수하기는커녕 작년에 3억 원을 더 줬다. 보조금을 민간단체 길들이는 당근으로 활용한 흔적도 보인다.

▷정부가 민간단체에 주는 보조금 관리가 구멍투성이다. 감사원이 모처럼 뒤져본 결과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보조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였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2006, 2007년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보조금 19억여 원을 받아 34개 사업을 진행했다. 회계담당 팀장 김모 씨는 가짜 영수증을 제출하는 수법으로 5억 원 가까이를 횡령해 개인 용도로 썼다가 감사원 감사에 걸렸다. 또 모 단체 간부 김모 씨는 보조금 11억여 원을 받는 과정에서 2억8000여만 원을 횡령했다.

▷올해 문화부 예산 3조1700억 원의 32%인 1조220억 원이 민간단체 보조금이다. 1967개 단체 3800여 건의 사업에 국고가 지원되고 있다. 보조금 나눠주기가 문화부의 핵심 업무인 셈이다. 2006∼2008년 지원사업의 경우 ‘담당부서의 필요’(전체의 48%)에 따라 공무원이 ‘임의로’(45%) 선정했다. 사업규모도 민간단체나 공무원이 결정한 것이 89%나 됐다. 행정안전부가 연간 300여억 원의 보조금을 사회적 수요 파악, 선정 기준 명시, 별도 위원회를 통한 공개경쟁 방식으로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2006∼2008년 문화부 등 3개 부처의 보조금 행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수혜 민간단체의 33%에 나간 532억 원에서 위법 부당 사항이 드러났다. 4월 문화부는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작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예산을 신청하기에 앞서 보조금 제도의 개혁 내용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 불법폭력 시위에 앞장선 단체도 있다. 민간단체 보조금의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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