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우리 경제는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8% 성장했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놀라운 성장은 무엇보다 반도체산업의 호황에 따른 것이다. 메모리 가격의 급등과 낸드플래시가 적용된 애플의 아이패드 매출 호조에 힘입어 장밋빛 희망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의 최고경영자는 “향후 10년 이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지금이 진짜 위기임을 강조했다. 위기의식은 글로벌 최강자로 군림하던 도요타가 순식간에 흔들리는가 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파워를 앞세운 애플과 구글이 주도권을 갖고 반도체 분야에서도 일본 대만의 추격과 견제가 치열해지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예측불허 상황에 근거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기업인 ATIC사 대표단이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 ATIC사는 UAE의 축적된 오일달러를 활용해 국가 미래 경제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발굴과 투자를 담당하는 국영 투자회사로 반도체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AMD사와 공동투자로 글로벌 파운드리를 설립하고 미국 독일 싱가포르 중국 대만 일본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국제 반도체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UAE처럼 신성장 동력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국가와 기업이 늘어나면서 반도체산업도 본격적인 무한경쟁 시대에의 돌입을 예고한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호황을 미래로 연결해야 하는 비상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메모리반도체산업이 호황인 지금, 반도체산업의 다른 한 축인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시스템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전자기기를 제어하고 운용하는 반도체로 세계 반도체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늦은 시장 진입과 투자 부진, 고급인력 부족으로 고전하는 분야이다.
무엇보다 창의적 인재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력을 유입하고 유지할 수 있는 병역 특혜, 세제지원 확대, 국내외 인력 공급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식경제부에서 진행 중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 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별 특성에 맞는 국내외 전문가 활용 프로그램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둘째, 시스템 반도체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경기 성남시 분당의 야탑 클러스터는 아직은 소규모 형태이나 지경부와 성남시에 의한 전략제품 선정과 지원,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으로 시스템반도체산업을 내실있게 성장시키고 있다. 공동연구 및 협업, 창업지원과 교육훈련 등 총괄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반도체 이노베이션센터와 같은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절실한 실정이다.
중국 ‘춘추좌씨전’에 거안사위(居安思危)란 말이 있다. 평안할 때에도 위험이 닥칠 것을 생각해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두 축의 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비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2, 3등은 고사하고 경쟁의 대열에서 아예 탈락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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