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적 기업 국제콘퍼런스’ 전문가 3인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고려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 4일 ‘사회적 기업가 정신 국제콘퍼런스 2010’을 열고 사회적 기업가 발굴과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만든 빌 드레이턴 아쇼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회적 기업 전문가로 꼽히는 3명을 만나 사회적 기업의 의미와 양성 방안을 들었다.》

변화 이끄는 자질은 리더십보다 도덕성

■ 아쇼카재단 설립자 빌 드레이턴

사회적 기업이라는 용어의 창시자.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 2700명을 지원하는 아쇼카재단의 설립자. 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만난 빌 드레이턴 씨(67·사진)의 첫마디는 “사람의 힘을 믿는다”였다.

1980년 설립된 아쇼카재단은 선정된 사회적 기업가(아쇼카 펠로)에게 3년간 생활비, 법률·경영 컨설팅을 지원한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그들은 변화를 만드는 사람(Change maker)”이라며 “사회적 기업가 한 명은 동료 가족 이웃과 연대해 지역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가에 대한 투자는 세계 곳곳에서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아쇼카 펠로의 사업모델 93%가 전국 규모로 확산됐다. 사업모델의 52%는 해당 국가의 정책을 바꾸었다.

그는 사회적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 ‘도덕성’과 ‘아이디어’를 꼽았다. 그는 “리더십이나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누구도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며 “아쇼카 펠로를 선정할 때 변화를 일으킬 자질을 검증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아쇼카 펠로를 선정하는 과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후보 추천, 1·2차 인터뷰, 패널심사, 아쇼카이사회 리뷰의 5단계로 거치면 12%만이 펠로가 된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아쇼카 펠로가 없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고 △아동과 청소년에게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고 △기업이 사회적 기업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도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려면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해야 한다”며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면 양질의 일자리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성공한 뒤 기부한다?돈 벌면서도 공헌을

■ 옥스퍼드대 패멀라 하티건 교수



“나중에 쉰 살이 넘어서 돈을 많이 번 사장님이 된 다음 사회에 돈을 기부한다? 아닙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내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사회에도 큰 공헌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바로 지금’ 해야 되는 일입니다.”

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패멀라 하티건 영국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MBA) 교수(사진)는 미래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키워내는 ‘조련사’다.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컬럼비아대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가’ 강의를 하고 있다.

하티건 교수는 학생들에게 “품위 있게 돈을 벌어 품위 있게 쓰라”고 강조한다. 그는 기업가를 상업적인 기업가와 사회적인 기업가로 나눴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치면서 돈을 버는 담배회사, 자연환경을 망쳐가면서 석유를 개발하는 회사, 고객이 손해를 봐야 클 수 있는 회사의 기업가는 상업적 기업가로 본다. 이들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반대로 사회적 기업가는 돈을 벌면서 사회도 행복하게 만든다.

하티건 교수는 “사회적 기업을 자선사업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기존 기업들이 방치했던 분야를 사업으로 발전시킨 경우가 많다. 지미 웨일스는 열린 백과사전 검색시스템인 ‘위키피디아’를 자선사업을 위해 만들지 않았다. 본인이 불편한 사항을 해결했더니 돈도 크게 벌 수 있었다.

“제 강의를 들은 인도 출신 여학생은 졸업 후 고국에 돌아가 택배회사인 ‘미러클 쿠리어’를 만들었어요. 청각장애인을 고용해 배달하게 하면서 DHL에 맞먹는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대형 금융회사인 모건스탠리에 들어갔기에 ‘주류 사회를 선택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 학생은 모건스탠리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했습니다.”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아픔을 나누는 공감 다섯 살부터 키워야

■ 캐나다 ‘공감의 뿌리’ 창립자 메리 고든



“공감(共感)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갈등을 해결하지도, 이타심을 발휘하지도, 평화를 추구하지도 못합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를 다섯 살부터 키워야 합니다.”

3일 KDI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가정신 국제 콘퍼런스 2010’에 참석한 메리 고든 ‘공감의 뿌리(Roots of Empathy·ROE)’재단 회장(사진)은 새로운 방식의 공감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캐나다 초중학교에서 ROE라는 프로그램을 보급했다. 갓난아기와 어머니를 학교로 초대해 1년간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생들끼리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교육을 받은 학생 중 70% 이상은 봉사정신과 친사회적 행동이 증가했다. 프로그램 보급 10년이 지나자 캐나다 전역에서 집단괴롭힘이나 따돌림 현상이 90% 준 것으로 관찰됐다.

고든 씨는 이 프로그램으로 2000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기관인 아쇼카재단에서 ‘사회 문제의 새 해결 방법을 제시한 창의적 기업가’로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캐나다 교사연합회가 수여하는 ‘공교육 선도상’을 받았다.

고든 씨는 사회적 기업가의 조기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윤리적 소질(Ethical Fiber)에 비견되는 공감능력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높이는 신호탄과 같다”며 ”유년기는 공감의 씨앗을 품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어릴 때부터 봉사와 공헌정신을 배우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공감하거나 수용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가가 부족한 곳에서는 벤처캐피털과 같은 다양한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Q] 사회적 기업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잡지 판매로 노숙인의 재활을 지원하는 영국의 ‘빅이슈’나 재활용품을 수거해 판매하는 국내의 ‘아름다운 가게’, 정신지체장애인이 우리 밀 과자를 생산하는 ‘위캔’ 등이 사회적 기업의 실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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