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상준] 日새 총리의 성향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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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불확실성 증폭되는 동아시아
예측가능한 협력의 리더십을

최근 일본의 불행은 엇갈린 과거와 현재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경제적 성장과 번영이 멈춘 반면 정치적 유산은 존속됐다.

정치적으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었다. 50년이나 된 미국 의존을 어떠한 방식으로 조정할 것인가, 또 정치가가 사회 집단과 지역으로 이익을 배분하는 이익 유도 정치의 구태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 두 문제는 해결되기보다는 정국 불안의 시발점이 됐다.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는 국익과 선거민의 이익을 조절하지 못했고, 민주당이 시도하려는 ‘정치가 주도’ 정치는 한계를 드러냈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이 연루된 정치자금 문제는 정치개혁의 폭을 크게 좁혔다. 결국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4년간 바뀐 4명의 총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뿌리박힌 정치관습과 수시로 변하는 정치 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일본의 민주주의가 오래되었지만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일본 국내정치의 취약성은 그간 한일관계 및 일본의 동아시아 관계를 수시로 흔들었다. 늘 모순되는 메시지가 일본에서 나왔다. 독도 영유권문제와 교과서문제, 과거사 문제 등에 보수적 메시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우호적 한일관계와 지역공동체의 모색을 주장했다.

안정된 정치 리더십의 부재는 협조적이고 지속적인 국제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장애가 됐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하토야마 전 총리를 친한(親韓), 친아시아 인물로 평가하고 기대했지만 8개월의 단명에 그쳤다.

한국은 간 나오토(菅直人) 신임 총리를 상대로 또다시 대일(對日) 관계를 정비하게 됐다. 간 총리가 한국에 우호적이며, 우익적 과거사 인식에 비판적이라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일본 총리의 성향에 일희일비하는 일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보다 필요한 것은 장기적 동아시아 관계다.

동아시아는 현재 중국의 부상과 한반도의 긴장으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단기적으로는 증폭되는 지역의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을 축소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중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간 신임 총리의 등장 이후 한일협력은 다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일의 양자적 측면이다. 지난 10년간 한일 교류는 양적으로 빠르게 늘었지만 갈등은 오히려 뾰족해졌다. 양국은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비대칭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대해 근본적으로 모순된 일본 국내의 인식은 한일관계를 답보상태로 만들어 왔다. 이 때문에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실질적인 노력은 여전히 협력을 위한 전제이다.

둘째, 다자 속의 한일관계이다. 한일 협력이 중국을 배제하는 배타성을 가지게 되면 동아시아의 불확실성을 단기적으로는 관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한일관계는 동아시아의 다자적 관계를 형성하는 발판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셋째, 정치적 리더십이다. 한일관계는 양국의 국내 정치구조에 의해 제약을 받아왔다. 정치적 리더십은 정치구조가 자동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부정적인 정치 결과물을 극복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양국 모두에서 국가관리 차원의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제 한국과 일본은 예측가능한 동아시아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할 시점이다.

김상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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