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회근]사실상 민간기업 감정원, 공단 전환 재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국토해양부는 한국감정원을 공단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감정원은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이 종료되어 민영화 대상으로 검토되다가 현 정부에 의해 기능 축소 대상 공기업으로 분류됐다. 이후 기획재정부의 제2차 및 제4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한국감정원은 민간과 경합하거나 민간이 효율적으로 수행 가능한 기능은 축소하도록 방침이 정해져서 정원 축소 및 기능 축소를 진행했다.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던 한국감정원을 공단으로 전환시키려는 방침은 공기업의 선진화 정책에 후퇴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국토해양부가 공단화를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세금 부담을 수반하는 공단을 설립하면서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없이 일사천리로 입법예고를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토해양부는 한국감정원을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공단으로 전환하고 감정평가업계의 지도·감독, 감정평가 기준과 방법의 연구, 통계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업무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것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및 방향에 부합하는지 검토해 보자.

첫째, 공단 설립은 행정기관의 기능을 감축하고 행정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여 공적 기능을 부여하는 조치이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상법상 주식회사로 설립되고 1972년 정부출자기관으로 전환했지만 감정평가업계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영리법인이라는 점에서 공기업이라기보다는 상사법인에 가깝다.

둘째, 국토해양부는 공단을 설립하여 부동산지수 등 통계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감정평가 연구활동 등의 업무 기능을 부여한다고 한다. 이는 학계나 연구기관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단은 연구활동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운영이 경직돼 이런 기능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 조사 연구 자체만을 수행하는 공단은 거의 없다.

셋째, 감정평가사 지도·감독 등 공적 기능은 국토해양부가 수행한다. 공단을 설립한다면 국토해양부의 지도 감독 권한이 전면 이관된다. 불필요한 이중적 규제가 될 소지가 있다. 공단이 하려는 업무도 대부분 공공성과 관계가 멀다. 공단 인력 약 650명 중 200여 명은 정부가 지금까지 민간용역사업으로 수행한 공시업무를 담당한다. 나머지는 일본에서도 완전히 민간업무로 전환된 보상수탁 업무를 맡는다. 국토해양부가 2009년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보상수탁 업무의 민간이양을 권고했다. 공단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정회근 남서울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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