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후반기 국회를 이끌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한나라당 몫 상임위 11곳이 대상이었다. 선출이라지만 경선이 없었기 때문에 상임위원장 인선안을 사실상 공표한 셈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에 앞서 “3선 의원이 되면 (상임위원장을) 한 번씩 해야 하는데 자리에 비해 3선 의원이 넘쳐 걱정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의원들끼리 원만한 합의를 봐서 조율이 잘됐다”며 “의원들의 결단에 감사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어떤 ‘결단’을 한 것일까. 전문성이나 정치력 등을 고려해 상임위를 좀 더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는 동료 의원에게 양보했을까. 이들의 결단은 다름 아닌 2년 임기인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눠 먹기’로 한 것이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안경률 이인기 의원이, 국토해양위원회는 송광호 장광근 의원이 2년 임기 중 1년씩 위원장을 맡는다. 예산결산특위와 윤리특위는 이주영 정갑윤 의원이 두 위원회 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인선은 좀 복잡하다. 당초 경선에 나서려던 남경필 권영세 의원이 모두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로 진로를 바꾸면서 원희룡 의원이 외통위원장을 맡았다. 원 의원의 임기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남, 권 두 의원이 모두 최고위원이 되면 원 의원의 임기는 2년이 되겠지만 남, 권 의원 중 한 명이 최고위원 선거에서 떨어지면 원 의원은 1년 뒤 위원장직을 떨어진 의원에게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둘 다 떨어지면? “글쎄요….” 당 관계자의 반응이다.
그동안 국회직 임기를 ‘나눠 먹기’한 사례가 간혹 있었다. 특히 예결위원장직은 1년씩 돌아가며 맡는 게 관행화됐다. 예결위가 예산 배분권을 쥐고 있는 최고 알짜 상임위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 전체에 대해 ‘나눠 먹기’ 인사를 한 셈이다.
국회는 파행을 겪을 때마다 상임위 중심의 정치를 공언했다. 상임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본회의장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년 임기 위원장이 과연 얼마나 책임을 갖고 정치 현안을 풀어낼지 의문이다.
의총 후 열린 워크숍에서 의원들은 지방선거 패인으로 청와대와 정부의 일방 독주, 계파 간 갈등, 공천 실패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은 남의 탓만 하며 나눠 먹기를 결단으로 포장하는 의원들의 구태에 더 씁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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