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미지]‘초등생 성폭행’수사 쉬쉬… 혼란만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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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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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끔찍해요. 성폭행범이 학교 복도까지 들어오다니요, 말이나 될 일입니까.”

초등학교 여학생을 학교에서 납치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보도된 다음 날인 10일 해당 초등학교의 교장은 기자에게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각종 언론에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 학교가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교장은 “9일부터 온갖 기자들이 다 찾아와 어린 학생들까지 붙잡고 질문을 하고 다닌다”며 “경찰이 왜 제대로 확인을 안 해줘 어린 학생이 또 피해를 보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모 초등학교에 다니는 A 양(8)은 방과후 수업을 가던 길에 학교 운동장에서 김수철 (45)에게 납치돼 그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9일 첫 보도가 나가자 기자들은 ‘제2의 나영이’ 사건 발생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의 답변을 피했다. 피해아동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고 부모가 강력하게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일단 숨기고 보자는 경찰의 태도는 김길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언론과 국민에게 한 약속과는 다른 것이었다. 경찰은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왔지만 유영철, 강호순, 조두순 등 흉악범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범인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부산에서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안별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경찰이 이번 사건을 ‘쉬쉬’하는 바람에 언론은 경찰이 아닌 학교 관계자나 식당주인 등 주변인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구성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아이가 복도에서 김수철을 따라 나갔다” “아이가 옷에 피가 흥건한 채로 도망나왔다”는 등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되레 혼란을 부추겼다.

피해아동 부모가 항의하는 상황까지 이르자 결국 경찰은 10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사건 진행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경찰이 찍은 김수철의 얼굴 사진과 피해아동이 함께 있는 폐쇄회로(CC)TV 동영상도 공개했다.

아동 성폭행은 국민 모두의 문제이며 공동의 노력으로 시급히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이 피해아동은 물론 미래의 피해자들을 진정 지켜주고자 했다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범죄자에 대해 철저한 처벌과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이미지 사회부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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