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전 총리는 마마보이다. 정치 입문도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맏딸인 어머니의 뜻이었고, 민주당 창당도 어머니의 돈으로 했다. 미국 유학 도중 유부녀였던 네 살 연상의 미유키와 결혼하자 어머니가 미유키의 전 남편을 찾아가 미안하다며 아들 대신 고개를 숙였다. 8개월 전 총리가 됐을 때만 해도 외유내강 리더십을 기대한 사람이 많았지만 그는 역시 전투력이 약한 초식계(草食系)였다. 출범 당시 80%까지 올라갔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자 사임했다.
▷그가 식물 총리직을 내던지면서 당 실세인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물귀신처럼 끌어안고 장렬히 동반 퇴진한 것은 마마보이답지 않은 거사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하토야마는 오자와를 함께 낙마시킨 것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하다”고 했다. 오자와는 육식계(肉食系)다. 비전 지모(智謀) 실행력을 겸비한 일본 정치 최고의 설계자이자 막후정치 금권정치의 ‘그림자 쇼군’으로 일본 정계 애증의 대상이다.
▷8일 취임한 간 나오토 총리는 모험에 가까운 탈(脫)오자와 인사를 단행했다. 국민에게 변했다는 느낌을 주려면 내각에서 오자와 색(色)을 최대한 지워야 했다. 오자와에게 빚진 게 없는 간 총리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당 2인자인 간사장, 내각을 관장하는 관방장관, 경제사령탑인 재무상 모두 반(反)오자와 인물이다. 여론은 환호했다. 10일 일본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68%까지 치솟았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오자와 진영과 선을 그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했다.
▷간 총리의 이번 인사는 그가 민심을 읽고 있음을 입증했다. 인사가 정치의 요체임도 확인됐다. 무릇 어떤 나라 국민이든 정권의 인사를 보고 정권에 희망을 걸지 말지 마음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 이명박 정부에도 김문수 경기지사가 강조한 ‘쾌도난마 인사’ 또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말한 ‘전광석화 인사’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정부 주요 인사의 결정권, 즉 인사권을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할 권리가 있고, 그것은 보통 여론으로 나타나고 각종 선거 때가 되면 표심으로 나타난다. 이번 6·2지방선거의 표심에 부응하는 인사가 제때 제대로 이루어지느냐를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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