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성희]‘돌아온 송골매’에 일본 들썩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8일 20시 00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첫 승보다 1억3000만 일본인들을 더 감격하게 한 사건은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송골매)의 귀환이다. 7년 전 발사된 하야부사는 60억 km를 여행하며 통신두절, 엔진고장 등 수많은 장애를 겪었지만 ‘엄마 찾아 3만 리’의 주인공처럼 기적같이 지구로 돌아왔다. 13일 호주 사막에 캡슐을 떨어뜨리고 소명을 다했다는 듯 산화한 모습이 비록 기계이지만 일본인들을 감동시켰다. 트위터 등으로 실시간 전해지는 하야부사의 귀환 소식에 그들은 환호했다. 하야부사의 귀환은 도요타 사태와 재정적자 등으로 시름에 잠긴 일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준 대사건이었다.

‘오랜 실패의 산물’ 하야부사

직전인 10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라는 안타까움이 있었기에 하야부사의 귀환이 더욱 부러웠다. 우리는 아직 우주발사체도 쏘아 올리지 못했는데 일본은 우주기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회수기술’에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회수기술은 우주로 떠난 사람이나 물건을 지상으로 다시 불러오는 기술이다. 회수기술이 있어야 우주왕복선이 가능하다.

일본의 우주강국 명예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1960년대 후반 연속 4차례나 로켓 발사에 실패하고 연구진이 교체된 끝에 1975년 N-1로켓을 발사했다. 미국 로켓기술을 응용한 N-1로켓을 N-2와 H-1으로 개량했다가 1990년대 액체수소 엔진을 추진력으로 하는 독자적 로켓인 H-2를 개발했고, 이를 더욱 개량해 2001년 H-2A로켓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3호가 바로 이 로켓에 실려 내년에 발사된다. 이온엔진을 쓴 하야부사도 이런 과감한 투자와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이 낳은 결실이다.

하야부사 제작에는 여러 민간업체가 참여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했다.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제조업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스스로 찬사를 보낸 것도 그래서다.

국내에선 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한 후 여러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기술종속론이다. 왜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1단 로켓을 들여와서 굴욕을 당하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2004년 러시아와 공동개발협정을 맺은 사실을 두고 노무현 정부를 꾸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우리에게 로켓기술을 전해주겠다는 나라는 없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의 경제가 어려웠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지금이라면 러시아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실험단계 로켓을 우리에게 제공했다는 비판도 한다. 우리 돈으로 남의 나라 좋은 일만 시켰다는 지적이다. 이 또한 일면의 진실일 뿐이다. 연세대 윤웅섭 교수(기계공학)는 “나로호 1단 로켓은 러시아 소유스 로켓을 대체할 차세대 로켓”이라고 말한다. 나로호 로켓은 러시아로서도 야심작이었기 때문에 이번 실패로 러시아도 우주강국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나로호 두 번 좌절에 기가 꺾이면…

나로호 발사 실패를 계기로 우주개발 회의론도 일고 있다. 어차피 선진국과는 기술 격차가 심한데 그 돈을 딴 데다 쓰면 더 유용하지 않겠냐는 거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의 선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초창기 일본도 돈이 남아서 로켓개발에 나선 것은 아니다. 독자기술이 없었기에 미국 로켓을 들여와 개량했다. 우주기술은 첨단기술 극한기술의 집약체다. 우주기술 보유 여부는 국가 위상과 국민의 자부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 효과를 감안해 우주개발에 매달렸다.

실패의 위험과 부담을 견뎌내지 못하고 안달복달하면 우주개발에 동참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아직 경험과 데이터가 더 필요한 나라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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