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스탈린과 김일성의 남침

6·25전쟁을 누가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규명이 끝난 상태다. 1990년대 공개된 옛 소련의 기록들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전쟁 1년 전인 1949년 3월 북한의 김일성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1993년 공개된 소련 외교문서에는 소련의 최고지도자 스탈린과 김일성이 당시 나눴던 대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김일성은 “이제 상황이 무르익어 전 국토를 무력으로 해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의 군대는 강하고 남조선에는 강력한 빨치산 부대의 지원이 있습니다”라며 남침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한다. 스탈린은 “남침은 불가하다”며 남한이 공격해오면 반격 기회를 노리라고 주문한다.

▷북한은 중국과의 연대에도 나섰다. 중국은 1949년 5월 북한의 지원요청에 대해 “국민당을 패퇴시켜 중국을 완전히 지배할 때까지 결정적인 행동을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 정부와 전투 중이었다. 1949년 가을 중국의 공산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태는 급변한다. 김일성은 1950년 4월 다시 모스크바를 방문해 남침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고 지원 약속까지 받았다. 북한은 1950년 5월 중국에도 지원을 요청한다. 중국 지도부는 소련이 동의해준 것이 맞는지 확인해본 뒤 전쟁을 승인했다. 6·25는 김일성 스탈린 마오쩌둥의 합작이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 분단과 전쟁의 책임을 미국과 남한(이승만)에 더 많이 지우는 수정주의가 등장해 현대사 연구의 헤게모니를 차지했지만 소련과 중국의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북침’을 날조해 주장하고 있다. 북한 교과서 ‘현대조선력사’는 ‘리승만(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6월 23일부터 38도선의 공화국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포사격을 했으며 6월 25일에는 전면전쟁으로 확대됐다’고 적고 있다.

▷중국은 교과서에 전쟁 발발 원인을 뚜렷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 북한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조한 것이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추(環球)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가 6·25에 대해 ‘한반도에 친(親)소련 정권을 심고자 했던 스탈린과 김일성이 일으킨 것’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학자들은 사석에서 한국 학자를 만나면 남침을 인정한다. 중국 정부도 6·25에 대해 명확한 자세를 보일 때가 됐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