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력 수출품 기술력 4년 뒤 중국에 밀리고 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우리나라 8대 수출 주력 품목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평균 3.9년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연구소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8대 품목 중 기술력이 중국보다 4년 이상 앞선 것은 반도체(4.8년)와 자동차(4.7년) 2개 품목에 그쳤다. 철강과 화학의 기술격차는 3.3년이고 선박과 무선통신기기(3.6년) 기계(3.7년) 액정표시장치(LCD·3.8년) 등 6개 품목이 4년 미만이었다.

이들 주력 품목의 지난해 수출액은 2323억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액의 64%를 차지했다. 임금과 땅값 같은 가격경쟁력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기술 우위까지 상실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 10대 주요 산업의 대중(對中) 기술격차는 2002년 4.7년, 2004년 4년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일본에는 여전히 2년 정도 뒤진다는 분석도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올해 국가경쟁력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과 기업 R&D 투자 비율은 각각 세계 5위로 ‘우등생’이라 할 만하다. 2007년 기준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한국이 3.5%로 중국(1.5%)의 2배를 넘었다. 우리 정부는 2012년까지 이 비율을 5%로 높여 세계 3위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R&D 투자의 화려한 통계 뒤에는 착시(錯視)도 있다. GDP 대비 투자비율은 높지만 절대 투자액은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국도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한국보다 낮지만 지난해 중국의 GDP가 4조9100억 달러로 한국(8325억 달러)의 5.9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투자액은 한국을 웃돈다. 한국의 R&D투자 효율성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한국이 만성적 기술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것도 R&D 투자의 낮은 효율성과 무관하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 5월 “정부는 산학연(産學硏) 협력 및 신산업 위주로 지원을 펴는데 기업들은 독자 R&D나 기존 사업과 관련된 분야의 투자에 주력해 양자 간 불일치가 일어난다”며 정부와 기업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저임(低賃)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맹렬히 추격해 오는 중국에 맞서 기술 우위를 지키지 못하면 핵심적 ‘먹을거리’ 산업경쟁에서 한국은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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