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현대자동차 i30 디젤 1.6을 사면 정부가 친환경자동차에 주는 보조금으로 최대 700유로(약 104만 원)를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 이 차를 사면 가솔린(휘발유) 자동차에는 부과되지 않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매년 5만5700원씩(서울에서 4년 이내 보유 기준) 내야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는 매연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1993년부터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디젤차는 시끄럽고 진동이 심하다고 외면해왔다.
하지만 그 사이 기술 발달로 경유는 이미 세계시장에서 친환경 연료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요즘 생산되는 경유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20%나 적다. 게다가 연료소비효율(연비)이 휘발유보다 30%, LPG보다 60% 좋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달려도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CO₂ 배출이 적은 디젤차를 사면 보조금을 받게 되며, 매년 출고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을 디젤차가 차지한다. 승차감도 예전보다 크게 좋아져 가솔린차와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20년간 자동차시장을 클린디젤 차량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차인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은 앞으로 보편화되기까지 대규모 투자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CO₂ 배출이 적고 경제적인 클린디젤차가 대세가 되리라는 것이다.
경유는 유독 한국에서만 푸대접을 받고 있다. 버스,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만 경유를 사용할 뿐 승용차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다. 소비자들이 아직도 디젤차에 대해 매연이 많고 승차감이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 책임도 크다. 여건이 크게 변했건만 환경에 맞게 제도를 고치지 않은 것이다. 경유는 세금이 LPG의 2배이고, 휘발유나 LPG에는 부과되지 않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내야 한다. 한국은 대부분의 택시가 LPG를 사용하며 디젤택시는 없다.
최근 서울시는 디젤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다 바꾸겠다며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주고 충전소도 늘리고 있다. CNG는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은 적지만 효율이 낮고 연비가 떨어져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다. 서울시가 대기환경 개선 목표로 삼고 있는 프랑스 파리는 시내버스의 70%가 디젤버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한국 정유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린디젤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 경유가 가장 많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 별로 쓰지 않아 생산량의 48%를 수출하고 있다. 반대로 아주 조금밖에 생산되지 않는 LPG는 그동안 세금 감면 혜택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 국내 소비량의 65%를 수입하고 있다.
연비가 좋고 친환경적인 경유는 우리가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고,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휘발유와 LPG는 수입해 쓰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수년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세수가 줄어드는 게 두려워, 혹은 부처 간 조율이 되지 않아 제도개선을 미적대왔다.
그러니 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며 울창한 숲을 베어내고 태양광발전소를 만들 일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 효율화부터 추진하는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