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세계 최악의 독재자’라는 오명(汚名)을 얻었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7, 8월호)가 발표한 최악의 독재자 23명에서 김정일은 첫 번째 자리에 올랐다. 포린폴리시는 김정일이 주민을 기아로 내몰고 2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보냈으며 얼마 안 되는 국가 자원을 핵 프로그램에 쏟아 부었다고 질타했다. 김정일은 고문과 살인을 일삼는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보다 더 악질적인 독재자로 낙인찍혔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이 잡지의 독재자 선정과 죄상(罪狀) 공개에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독재자들을 압박해 퇴진을 유도하는 것은 21세기를 함께 사는 인류의 책임이다. 이번에 선정된 독재자들의 치하에서 신음하는 국민이 무려 19억 명에 이른다. 김정일을 비롯한 독재자들의 만행이 널리 알려지면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지고 해당 국가 내부에서 반감이 확산돼 독재 종식이 빨라질 수 있다.
김정일의 악독한 장기독재는 우리에게도 창피스러운 일이다. 외국인 중에는 남한(South Korea)과 북한(North Korea)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대표팀을 응원하는 외국인 가운데 태극기를 들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김정일은 한민족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암적 존재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가 통치하는 한 2400만 북한 주민은 인간 이하의 삶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계기로 정부가 재개하기로 한 대북(對北) 심리전은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전해 독재자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북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프랑스의 좌파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이미 2000년에 김정일을 ‘세계 6대 반인륜범죄자’ 가운데 두 번째로 꼽았다. 그 이후 더욱 늘어나고 있는 그의 범죄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