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내가 다니는 학교도 시험기간만 되면 도서관 좌석 맡기가 전쟁이나 다름없다. 학기 중에는 노트북 석을 제외하고 자리가 넘쳐나던 일반석은 시험기간만 되면 좌석이 일찍 마감된다. 열람실 좌석수가 학생수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요즘은 많은 학교가 학생증 바코드로 좌석을 선점하는 전자식 시스템을 사용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좌석을 선택한 후에 6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다. 계속 이용하고 싶으면 일정시간(선점 후 4시간에서 6시간 사이)에 연장해야 한다. 왜 이런 방법을 채택했을까. 아침에 일찍 와서 자리만 맡고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시간에 연장하는 시스템과 본인 학생증으로 선점하는 전자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아침에 학교 도서관에 오면 시스템 상으로 좌석이 이미 꽉 찼지만 실제로는 빈자리가 많다. 공부하는 학생이 별로 없을뿐더러 책도 없는 자리가 많다. 친구가 대신 좌석을 맡아주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모바일 학생증과 관련이 있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인 학생증과 별도로 학생이 신청하면 모바일 학생증을 발급한다. 학생증이 2개가 나오는 셈이다. 학생의 편의를 위해 발급하지만 악용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 학생증으로 도서관을 출입하고 모바일 학생증은 친구에게 줘 자리를 부탁하는 식이다.
도서관에 자리를 잡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왔다.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섰다. 들리는 얘기로는 새벽 4시부터 와서 기다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학생이 자리를 찍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 유심히 봤다. 터치 폰으로 능숙하게 다른 학생의 모바일 학생증을 이용해 좌석을 선택하고 있었다. 내가 본 것만 5, 6명의 좌석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 좌석을 연장하러 컴퓨터 앞에 갔더니 그 학생이 역시 터치 폰을 사용하며 좌석을 연장했다. 그가 연장한 여러 좌석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식 시스템 도입과 자리연장 방식은 악용을 없애기 위해 나온 대책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도 학생의 이기주의 앞에서는 무색해져 버린다. 자신만 좌석을 맡으면 된다는 생각, 이런 현실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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