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김영민/6·25가 기념일이 될 수 없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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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여 60주년이 되는 해라 그런지 관련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방송과 일간지에서는 전쟁의 명칭과 행사의 성격을 혼란스럽게 하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첫째, 명칭의 통일성 문제이다. 국사나 사회 교과서에서 6·25사변 또는 동란으로 기록하다가 현재는 6·25전쟁이라는 표현으로 학생들이 배운다. 일부에서는 한국전쟁으로 부르거나 행사를 진행한다. 이 땅에서 두 번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곡해할 수 있다. 6·25전쟁으로 통일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둘째, 60주년 행사를 진행하며 기념행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기념’은 ‘어떤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6·25전쟁은 뜻 깊은 일이 아니다. 뜻 깊은 일이란 약혼기념일, 결혼기념일 등 앞의 명사 부분이 긍정적인 내용을 포함할 때 붙여 쓸 수 있는 단어이다. 이혼기념일과 사망기념일을 쓰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6·25전쟁은 우리 조상이 한반도에서 자유와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던 슬픈 전쟁이다. 어떻게 기념이란 단어를 붙여 쓸 수 있는가. 전쟁기념관이나 한국전쟁기념재단의 명칭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일본 나가사키에는 원폭자료관(Bomb Museum)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이 낙하된 곳을 되새기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모아 보관하고 있다. 일본 국민은 나가사키 원폭기념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기념이라는 단어를 뜻과 어울리지 않게 사용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

김영민 인천 논곡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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