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黨政靑대쇄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일 03시 00분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사태와 관련해 어제 “책임질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9월 3일 총리직에 지명되는 날부터 정부부처를 분할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의 비효율성과 수정안의 필요성을 제기해 ‘세종시 총리’로 불렸다. 수정안이 좌절된 책임을 정 총리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총리 힘으로 충청권 주민을 설득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정치권의 정략(政略)과 포퓰리즘이 결합한 오류를 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정 총리가 국가백년대계를 내세워 정치생명을 걸다시피 앞장선 국가 주요정책이 국회에서 거부된 마당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나 입법부 존중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8월로 임기반환점을 도는 이명박 정권은 세종시 부결 과정에서 노출된 여당 분열로 사실상 여소야대라는 기형적 정치구조를 안고 국정을 운영해나가야 할 처지다.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는 원내세력이 100여 석에 불과한 상태에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북한의 안보위협 대처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해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1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여권 쇄신의 단초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각과 청와대가 민심을 반영해 대폭적으로 면모를 일신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 회복과 국정 추동력의 회복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여권 일각에선 총리 교체와 전면 개각으로 다시 청문회 정국이 조성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정부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런 소극적 방어적 발상으로는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 능력 있고 신망 있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 감동을 주고 국정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만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6·2지방선거 패배와 세종시법 부결 사태는 한나라당과 내각, 그리고 청와대에 만연한 안이한 현실 인식과 대응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정길 대통령실장 외에 주무 수석비서관들도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정수습을 앞당기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다. 지금 여권에선 국정위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 나몰라라는 식으로 새로운 자리에 눈독을 들이며 상호 견제하는 권력암투 양상까지 드러나고 있다. 정신을 못 차리고 권력의 단맛이나 즐기려는 인사들은 하루빨리 솎아내야 한다. 당정청(黨政靑)의 일대 쇄신을 미룰수록 국정의 위기가 깊어지고 민심이반이 가속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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