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 학생을 성인처럼 방임하자는 인권 포퓰리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좌파세력이 주도하는 이른바 ‘학생인권조례(條例)’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7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30여 개 단체가 참여한 학생인권조례제정 서울운동본부가 발족한다. 친전교조 세력은 6·2지방선거에서 서울 경기 등 6개 시도에서 그들이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가 당선되고, 시도 의원과 교육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성향의 당선자가 대거 나온 데 고무돼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했다가 도 교육위원회의 반대로 보류된 조례와 비슷한 내용이 담길 개연성이 높다. 경기도교육청의 조례 초안에는 복장 및 두발 자유화, 집회결사의 자유 및 교육 정책 참여권 허용, 정규교과 외(外) 학습 선택권이 들어 있었다.

학생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처럼 학교에서 생활하는 기간에 일부 권리를 제한한다고 반드시 비교육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 배우는 과정인 어린 학생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초중고교생을 성인처럼 방임한다면 ‘인권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

복장 및 두발 자유화만 해도 반대하는 학부모가 많다. 학생들에게 교복 대신 사복을 입게 하면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생각한다는 좌파세력의 주장이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계층 간 위화감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권조례를 통해 학생들에게 집회의 자유나 학교 운영 참여권, 정규 교과 외 학습 선택권을 허용하는 것은 훨씬 심각한 정치적, 이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본부는 최근 서울운동본부 참여제안서에서 “권위주의와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교육이 도전받고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학교의 진실을 고발하면서 정치적 주체로 등장했기 때문”이라며 “학생인권은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 시민으로, 정치의 주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구실을 한다”고 주장했다. 제안서에는 “2008년 촛불을 연 주역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광우병 촛불시위 때 일부 청소년이 거짓 선동에 속아 거리로 뛰쳐나온 사태를 이렇게 미화할 일인가. 교육계 전체가 반성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

친전교조 세력이 학생 인권의 대변자인 양 행동하는 데는 기존 교육현장의 책임도 크다. 건전한 의식을 가진 학부모와 교사들이 실력 열정 도덕심을 가져야만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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