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시아의 북한 난민 대비훈련이 주목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러시아가 3일과 4일 연해주 하산 지구에서 대규모 북한 난민(難民) 유입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주로 수용시설 설치와 식량 의료 지원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러시아의 북한 난민 대비훈련은 2003년 8월에 이어 두 번째다. 러시아가 북한 정세의 불안요인에 따른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난민 대비훈련은 8일까지 극동지역에서 계속되는 육해공 기동훈련 ‘보스토크 2010훈련’의 일환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기동훈련을 참관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극동지역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군사적 억제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후견국인 양 행세한다. 천안함 사태 이후 자체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했으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행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난민 유입에 대비한 훈련을 한 것은 북한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2005년 8월에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 중국과 합동군사훈련 ‘평화임무 2005’를 실시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급변사태 발생 시 미군이 북-중-러 국경까지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북한에 공동 진입할 경우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소극적인 난민수용과 적극적인 북한진입에 모두 대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 상황은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 이후 더욱 불투명해졌다. 최근 김 위원장이 3남 정은에게 권력 승계를 서두르는 듯한 행보도 포착된다. 김 위원장이 올 들어 공개 활동을 할 때 다른 측근을 제쳐두고 여동생 김경희와 그의 남편인 매제 장성택이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그가 불안해 한다는 증거다.

북한 급변사태는 내부 상황이 급격히 불안정해져 현 체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북에 급변사태가 곧 닥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기존 대비책을 가다듬고 러시아나 중국의 전략까지 감안한 훈련을 해야 한다.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북한 급변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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