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정훈]‘살아 있는 표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7일 03시 00분


중국 인민해방군 뤄위안(羅援) 소장은 5일 홍콩 펑황TV에 출연해 “미국 항공모함이 황해(서해)에 들어오면 살아 있는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중국 군사과학학회 부(副)비서장인 그는 “침대 옆에 코 고는 사람도 못 오게 하는데 문 앞에서 다른 사람이 칼춤을 추게 할 수 있느냐”며 “중국은 물고기가 아니라 호랑이 사자”라고 말했다. 런민(人民)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도 같은 날 미 항모 조지워싱턴이 한미연합 대잠(對潛)훈련을 위해 서해로 들어온다면 중국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독립운동을 벌이는 위구르와 티베트를 ‘핵심 이해지역’으로 규정해 두 지역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는다는 자세다. 대만은 실질적인 독립국인데도 핵심 이해지역으로 규정했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인정한 나라하고만 수교한다. 남중국해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사이에 영유권 분쟁이 심각한 서사(西沙)·남사군도가 있다. 올해 3월 방중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으로부터 “남중국해를 중국의 주권 및 영토보전과 관련된 핵심 이해지역으로 간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국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지한파인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교수는 최근 “황해는 남중국해와 마찬가지로 대만 티베트 위구르와 같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 미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우리의 서해와 동해는 중국의 이른바 다오롄(島鍊·섬 사슬) 개념에 포함된다. 사할린에서 일본 열도-대만-필리핀으로 섬이 사슬처럼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다오롄의 서쪽 바다는 중국의 핵심 이해지역이니 다오롄에서 미국 함대를 막는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서해 한미연합훈련 때 다오롄 안으로 미 함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태도다. 중국은 항모를 정확히 맞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넓은 지역을 초토화하는 대륙간탄도 핵미사일인 둥펑(東風)을 항모 전단 공격용으로 개조하고 있다. 미국의 대응수단은 해상 미사일방어(MD)체계다. 중국의 위협적 발언에 겁먹고 연합훈련의 규모를 축소한다면 미중 패권싸움에서 중국의 기만 살려줄 우려가 있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