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에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이 하루아침에 흔들리게 되었다. 아이폰과 국내 스마트폰의 핵심적인 차이가 한국의 취약한 소프트웨어(SW) 경쟁력에 기인한다는 점은 이제 비전문가도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SW 경쟁력의 약화는 한마디로 한국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SW 분야 전공과 직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선망의 대상이던 컴퓨터 관련 전공이 6, 7년 전부터 전공 선택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의 컴퓨터 전공 신입생 수는 3개 대학을 합쳐도 100명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IT 분야의 기업은 SW 분야의 인재 확보를 거의 포기하는 지경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SW 생태계가 취약하여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이 나오지 않아서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SW 분야 육성에 대단한 성의를 보이고 있는데 늦기는 했지만 다행스럽다 할 수 있다.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SW 산업은 IT와 제조업 간 융합의 핵심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며 IT 코리아 미래전략을 신속히 추진하여 ‘SW 코리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초 정부는 ‘SW 강국 도약 전략’을 수립하며 2010년에 2조3000억 원을 투자하고 2012년까지 3년간 추가로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정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아직도 SW 분야와 타 산업 분야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제조업 분야 육성하듯이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낸다. 문제는 SW 분야 육성은 곧 SW 분야 인재 육성이므로 단기간에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은 소화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정책을 쏟아내다가 1, 2년 뒤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며 정책기조를 바꾸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요란한 일회성 정책 추진이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 구축과 인재 육성을 위한 지속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다음으로 우려스러운 점은 소나기처럼 쏟아내는 정책이 사실은 SW 분야 육성을 정조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나 장관이 사용한 SW 분야 육성이라는 용어는 실무선으로 내려오면서 IT 분야 육성으로 바뀐다. IT 분야는 한국이 이미 잘하는 하드웨어 반도체 통신 분야를 포함하므로 정작 SW 분야 육성 노력은 미비한 수준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또 융합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된 뒤에는 IT 분야가 IT 융합 분야로 둔갑하면서 나노 바이오 헬스 자동차 조선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다 보니 IT 분야 육성정책이라는 표현으로는 정작 SW 분야를 제대로 집중 육성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의도와 결과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IT 분야 육성정책의 핵심은 능력 있는 한국의 젊은이가 SW 분야 전공과 직종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맞춰야 한다. 미국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오라클 등 글로벌 업체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최고 역량의 젊은이가 미래의 비전을 꿈꾸며 즐겁게 열심히 일한다. 한국의 SW 관련 업체에 있는 젊은이들은 자기가 일하는 분야로 절대 오지 말라고 후배에게 권한다고 한다. 정부는 한국 SW 산업의 생태계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다시 깊게 고민해야 한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산업의 토대를 장기적으로 튼튼하게 만들 방안에 고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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