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내 기업이 콩고민주공화국 진출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트렌드를 실감한다. 이제까지 원조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던 아프리카가 세계경제성장을 이끌 새로운 시장으로, 또 이러한 성장에 필수적인 자원 공급처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과 접촉하면서 종종 느끼는 점은 아프리카에 대해 매우 피상적이고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생각을 하면서 접근하고, 약간의 위험 요소라도 발견될 경우에는 쉽사리 포기한다는 점이다. 일부 성공하는 기업은 이런 위험이 한편으로는 더 큰 기회라는 사실을 재빨리 간파하는 곳이다.
현지에서 많은 좋은 기회가 외국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기업 이윤의 10%를 투자하기를 두려워하는 기업은 다가오는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이미 그들에게 돌아갈 몫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래서 아프리카 시장에 관심을 갖는 기업에는 전문 분야와 관련된 소규모의 투자를 하면서 현지에 상주 인원을 두라고 적극 권한다. 소규모 투자로 시작한 사업이 당장 큰 이윤을 가져다줄 수 없을지는 몰라도 현지 인원을 통해서 얻는 현장감 있는 정보와 사업 기회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투자의 일차적 목표와 가치를 훨씬 상회한다.
이 조언은 공기업에도 큰 차이 없이 적용할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자원 관련 공기업이 자원 자급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어느 정도 성과도 보이고 있음은 다행으로 생각하나 대부분 외국 기업이 이미 개발한 사업의 지분을 획득하는 방식이라서 안타까운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사기업과는 달리 위험을 감내하기 어려운 태생적인 이유 때문에 힘들겠지만 공기업이 사업비의 일부를 활용해 독자적인 분야에 참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 국내의 민간기업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진정 국익을 위한 길이고 설립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외국 국가나 기업을 보면서 부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이들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벌어들인 엄청난 양의 달러 때문에 제3세계의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고 있다. 투자를 수행할 때도 국가 차원의 모든 역량을 효율적으로 결집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자원 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연계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건설회사와 자원 관련 회사, 금융 관련 회사가 쉽지 않은 협상 과정을 거쳐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한다. 겉으로는 개별 회사가 참여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사실은 정부 차원의 일관된 지휘를 받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국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자와 겨뤄 이기는 방법은 자원 관련 공기업이 좀 더 진취적인 자세로 민간기업과 협력하고 민간기업도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 경제외교 무대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아프리카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강화해 제3세계에서 한국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가 민간기업과 관련 공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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