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태연하게 차를 세우고, 직원들은 그의 제왕적(帝王的) 스타일에 혀를 내두른다. 오죽하면 자신이 세운 기업에서 쫓겨났겠나. 그러나 1997년 파산 직전의 그 회사로 12년 만에 복귀해 13년 만인 올해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키웠다. 애플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얘기다. 지난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그를 ‘기술 분야에서 가장 영리한 50인’ 중 1위로 꼽았다.
▷잡스가 내놓은 제품들은 그냥 첨단기술 신상품이 아니다. 기존 시장을 뒤엎고 아예 새 판을 만들어버리는 ‘킬러 앱’이다. 매번 ‘그런 제품이 팔리겠느냐’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했다. 1984년 내놓은 매킨토시는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첫 번째 테크놀로지 혁명이었다. 2001년의 아이팟은 합법적 디지털 뮤직시대를 개막한 두 번째 혁명, 2007년의 아이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킨 세 번째 혁명으로 꼽힌다. 올해 나온 태블릿PC 아이패드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IT 판세를 뒤집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을까. 젊은이들이 대기업과 공기업 입사만 고집하는 한 쉽지 않다. 그런 곳에서는 인화(人和)가 무엇보다 중시된다. 인사담당자들은 “요즘 신입사원들은 똑똑하지만 자기밖에 모른다”며 불평한다. 잡스는 어려서부터 독불장군이었다. 친구들은 “경기에서 지면 분해서 울부짖는 아이”라고 했다. 국내 글로벌 전자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한국판 잡스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 “잡스는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국내 IT벤처 1세대로 KAIST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안철수 석좌교수는 “잡스를 강의에 연결했더니 학생 절반이 갑자기 창업을 하겠다고 진로를 바꾸더라. 처음엔 겁도 났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가정신이야말로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며 “풍부한 인재풀을 바탕으로 도전을 장려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국판 애플’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해도 잡초처럼 일어서는 자세가 중요하다. 잡스처럼 성질이 고약해도 ‘좀 다를 뿐’이라고 인정해주는 관용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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