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행복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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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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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노동자로 생활하며 독특한 철학세계를 구축했던 독일계 미국인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1902∼1983)는 “행복 탐색이야말로 불행의 중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잊어버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의 진단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바를 얻는다 해도 만족감은 일시적일뿐 영원한 행복은 없는 듯하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155개국을 상대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를 조사한 결과 덴마크가 1위였다. 핀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스웨덴과 네덜란드가 공동 4위로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행복순위는 56위였다. 아주 행복한 편도, 불행한 편도 아니었다. 미국은 14위에 올라 비교적 행복한 나라에 꼽혔지만 일본(81위)과 중국(125위)은 우리보다 낮았다.

▷국가의 행복지수는 구성원들의 주관적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부정적 인생관을 갖고 있는 국민이 다수인 나라에서는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날 것이다. 그래도 큰 흐름은 존재한다. 전쟁 중이라면 국민이 행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소득수준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소득이 많으면 행복지수도 올라가는 비례관계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민주주의와 행복의 관계를 연구해온 론 잉글하트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민주주의가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경직된 체제였던 구소련과 민주화된 현재의 러시아를 비교할 때 현 러시아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이 확실히 낮게 나타나는 사실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민주적 나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그는 말한다.

▷소득수준이 각각 다른 한국 중국 일본의 행복순위가 낮은 것은 아시아 국가의 문화적 특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동아시아 문화권은 개인적 만족보다는 사회적 의무 수행과 집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큰 나라에서 행복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나마 동북아 3개국 가운데 우리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한국인이 건강 다이어트 등 개인적 행복 추구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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