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예정됐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여는 대신에 미소금융 사업장을 찾았다. 미소금융은 이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서민정책이다. 이 대통령이 3기 청와대 개편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미소금융 사업장을 찾은 것은 서민정책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7·28 재·보선 이후 있을 개각도 서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한다.
한나라당도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서민정책특위를 발족시켰다. 서민특위 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최고위원은 “재·보선 뒤 서민정책을 본격 시행할 것”이라며 서민정책의 구체적 분야로 재개발 및 재건축, 서민금융, 재래시장, 영유아 보육 등을 꼽았다. 정부도 실업급여 신청의 간소화나 저소득층 학교에 대한 복지예산 지원 확대 같은 서민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적 취약 계층인 서민에게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역대 어느 정부 치고 ‘서민을 위한다’고 공언하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서민정책도 나왔다. 그럼에도 서민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것 없이 힘들기만 하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실효성 있는 정책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생색내기 정책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도 1년 전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표방한 뒤 다시 ‘서민 챙기기’를 들고 나왔다. 과거 정부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민 정권’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람들의 평소 모습이 이기적 웰빙주의자들로 비치는 탓도 작지 않다.
입으로 서민을 외치고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이벤트로는 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 서민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도 파악하지 않은 채 즉흥적이고 대증요법 식 정책을 내놓는다면 예산만 쓰고 성과는 못 내는 ‘날림 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서민의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서민이 진정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정책을 찾아내야 한다.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독이 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무료급식 전면실시 같은 공약은 서민에게 돌아갈 교육예산을 축낸다. 경제 전반의 흐름과 동떨어진 서민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기업이 잘되고, 여유 계층이 돈을 써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면서 서민도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