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의원 사찰 논란부터 진상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국가 주요 사정기관의 운영 실태와 업무체계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사정기관의 기강을 확립해 교육 토착 권력형 등 이른바 ‘3대 비리’ 척결에 매진토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사정기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여당 의원 사찰 의혹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주 “아내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집중 사찰을 받은 바 있다”며 이는 자신이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밉보인 데 따른 보복성 사찰이라는 투로 주장했다. 남 의원은 정두언 정태근 두 의원도 비슷한 이유로 사찰대상이 됐다고 거론했다. 여당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보복성 사찰이 사실이라면 사정기관이 민주적 법 절차를 무시하고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한 범죄에 해당한다.

세 의원은 2008년 4월 총선 직전에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反旗)를 들었다. 남 의원은 경북 포항을 찾아 이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를 요청했고, 두 정 의원은 수도권 총선 출마자들이 이 의원의 불출마와 2선 퇴진을 촉구한 이른바 ‘55인 파동’의 핵심이었다. 그 이후 남 의원 부인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두 정 의원 부인은 국가정보원 등 다른 정부기관의 뒷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정권 핵심 인사와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한 권력형 비리 예방 차원의 사찰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남 의원 부인은 귀금속 사업에, 정두언 의원 부인은 갤러리 운영에, 정태근 의원 부인은 컨벤션 사업에 관여했다. 정권 초기 ‘실세 부인들의 사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남 의원 부인의 경우 횡령 혐의 피소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검찰에서 7차례나 기각된 적이 있다. 정부기관의 조사는 그 경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지만 설사 문제가 있었더라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나설 일은 아니었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비롯한 친이상득계 인사들과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 인사들 간의 권력 사유화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비리 예방적 성격의 조사였다 해도 다른 핵심 권력자와 측근들은 탈 없고 이들 세 의원만 대상이 됐다면 보복성이란 의심을 살 만하다. 사정기관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면 여권 내부의 정치인 사찰이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고,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 진상부터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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