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佛예술교육 vs 한국의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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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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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예술 교육 체계를 보고 느낀 바가 있다. 프랑스의 예술 교육은 학교보다는 상트르 다니마시옹(Centre d'Animation)이라 불리는 문화센터에서 시작된다. 상트르 다니마시옹은 동네마다 있는 공공기관으로 어른 청소년 아이 할 것 없이 음악 미술 스포츠를 배우러 다니는 곳이지만 특히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저렴함과 편이성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려면 경쟁이 치열하다. 1년에 한 번 등록하는 날이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피아노 같은 악기는 인기가 높아서 이전 등록자 중 결원이 많이 생기지 않아 자리에 여유가 없고 따라서 새벽같이 나가서 줄을 서야 한다.

이 점만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스럽다. 수업료로 말하자면 각자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데 평균 1년에 150∼250유로(약 22만∼37만 원) 정도다. 가난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돈을 낸다. 악기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기타 드럼 등으로 다양하다. 누구나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는 셈이다.

물론 이들 문화센터의 교육수준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주일에 한 번 20∼30분 배우고 오는 게 고작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특별한 게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소질이 눈에 띈 학생은 구립 혹은 시립 음악원(Conservatoire)으로 갈 수 있는 추천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던 바이올린반에 한 캄보디아계 아이가 있었다.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나이로 악보도 전혀 읽지 못하고 박자도 못 맞추는 것 같았는데 발표회에서 그 나이답지 않게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이런 아이는 음악원으로 갈 수 있다.

구립 혹은 시립 음악원은 초급단계의 음악원으로 역시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되지만 교육은 대단히 체계적이다. 오디션을 거쳐 합격 여부가 가려지고 들어가면 실기와 아울러 이론 및 시창청음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선생은 모두 전문 연주자다. 중간 중간 평가 오디션이 있고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수업료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문화센터와 비슷하다. 많은 학생이 여기서 실력을 쌓아 음악바칼로레아를 거쳐 지역음악원(Conservatoire Regional), 또 국립음악원(Conservatoire national)으로 올라간다.

이런 예술 교육 체계의 장점은 가난해도 누구나 자신의 예술에 관한 소질을 검증받고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최소한 돈이 있어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은 없다. 동네 사설 피아노 학원에서 최초의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해 실력이 늘면 값비싼 개인교수를 찾는 것 외에 별 방법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는 이처럼 일반 교육뿐만 아니라 예술 교육에까지 기회의 평등이란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이지만 전 학생 무상급식 같은 것은 없다. 여기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돈을 내고 급식을 제공받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소위 진보진영의 교육감들이 선출되면서 전 학생 무상급식이 추진되고 있다. 자신의 돈으로 충분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가정의 학생에게까지 공짜 밥을 줄 돈으로 해야 할 교육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예술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학까지 다녀와서 놀고 있는 예술가가 얼마나 많은가. 교육 예산에 어떤 여유가 생긴다면 그 돈이 밥장사보다는 우선적으로 예술가에게 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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