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경호원이 헤어진 시간은 오전 6시 10분경. 절벽 아래에 떨어져 있는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때는 6시 45분이었다. 당황한 경호원은 무조건 업고 달렸다. 경호실 차량에 노 전 대통령을 태우고, 가장 가까운 중소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7시.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이미 머리에 상처가 심했다.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겼을 때가 오전 8시 23분. 그러나 이미 의식과 호흡은 없었다.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자동차로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선진국이었다면, 응급상황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던 경호원이 즉시 헬기를 부른 뒤, 지혈을 했을 것이다. 헬기 안에선 외상전문 응급의학의사와 간호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수술이 가능한 대형병원으로 단시간에 옮겼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응급구조가 이 정도인데, 민간인이라면 아수라장 같은 상황을 겪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닥터 헬리’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인천대교 버스 추락처럼 대형사고가 나면 현장에서 응급구조사가 중증 환자들을 바로 헬기에 실어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에 보낸다는 구상이다.
최근 복지부가 전국 77개 대형병원을 상대로 권역외상센터 신청의향서를 받은 결과, 반절인 38개 병원이 신청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서울 도심 대부분은 허가 없이는 비행을 할 수 없는 금지구역에 해당한다. 국방상의 이유 때문이다. 현재 삼성의료원이 보유한 국내 유일의 응급환자 전용 헬기도 민간헬기로 구분돼 있다. 법령을 이대로 둔다면, 응급환자가 나와도 야간비행을 할 수 없다.
또 이송에 필요한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권역외상센터와 다른병원 간 연계망은 어떻게 할지도 논의가 시급하다. 국내 응급환자 사망자 중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던’ 환자 비율은 32.6%로 추정된다. 2001년 헬기 이송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은 이 수치를 10%대로 낮췄다.
인명은 재천(在天)이라 했지만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 ‘사람의 힘으로도’ 살릴 수 있도록 응급체계를 좀 더 짜임새 있게 정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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