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선순환 발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고 대기업에 맞는 투자영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기업 경고 발언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특별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기업 책임론은 경제회복의 과실(果實)이 중소기업이나 서민 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대기업이 독식(獨食)한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보면 올해 1분기 8.1% 성장에 이어 2분기에도 7.2%의 성장을 지속해 정상 수준 회복을 넘어 확장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는 여전히 냉랭하다. 대기업들은 조(兆) 단위로 분기별 영업이익을 내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납품 단가가 경제위기 때보다 못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경제 회복의 온기가 서민과 중소기업으로 확산되지 않은 책임을 대기업에만 돌리는 것은 합당치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원가를 절감하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일부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를 무리하게 낮추었고, 그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니 대기업들이 상생 구호를 아무리 외쳐도 중소 협력업체들엔 공허하게 들렸을 것이다.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호황을 누리면서도 협력업체들에 횡포를 부리는 대기업이 있다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철저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은 말로만 끝나지 말고 시스템을 갖춰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대기업을 비판하고 벌을 준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사정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질책으로 대기업을 몰아붙여 중소기업의 사정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더라도 지속가능한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법제(法制)와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 정부 들어 제기됐던 중견기업 대책도 말로는 거창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여태껏 제시된 바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전략이 대기업을 비판하고 혼내주어 서민의 호감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으로 변질돼서도 안 될 일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대기업에 거액의 과징금을 매긴 적이 있지만 법원에서 패소하거나 정권 교체와 함께 소리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