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7일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을 상대로 낸 논평이 수준 이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6300원짜리 황제의 삶,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오버질과 개드립’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의 ‘최저생계비 1일 체험’에 참여한 차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체험기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차 의원은 2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서 6300원으로 하루를 보냈다. 6300원은 기초생활수급자의 하루 최저 생계비 중 식비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 체험기의 요지는 자신이 미트볼 한 봉지(970원), 야채참치(970원), 쌀국수(970원), 쌀 한 컵(800원) 등 3710원으로 세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인터넷에서 값싼 가게 정보를 얻고 알뜰구매를 위해 몇 번씩 돌아다녔기 때문이라는 것. 최저생계비는 인상돼야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은 “(차 의원이) 3710원이면 세 끼 식사용으로 충분하다며 황제의 삶을 강조했는데 이런 것을 개드립이라고 한다”며 “그가 굶어죽을까 걱정이 된 아내가 인터넷에서 조사한 자료를 참고했다는데 이런 오버질이 없다. 차 의원의 자랑질과 오버질도 웃기지만 그의 아내도 한참 웃기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개드립’은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애드립(애드리브)이 적절하지 못해 쓴웃음을 짓게 했을 때 쓰는 인터넷 비속어다. 민주노총은 또 “굶어죽지 않고 살아난 것을 축하한다”며 “욕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를 것이니 그 또한 자랑하라”고 했다.
차 의원의 체험기는 문구나 표현에서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자신은 최저생계비 인상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이 글이 ‘최저생계비 인상보다 값싼 가게를 찾으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그는 결국 “저의 쪽방촌 체험수기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차 의원의 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의 아내를 욕하고, 사석에서도 잘 쓰지 않는 ‘○○질’이라는 비속어까지 동원해 비난한 것은 심했다고 생각한다. 대변인 공식 논평이 이 정도라면 단체의 수준을 의심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 화가 나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지만 격(格)이 떨어지면 말한 쪽이 손해를 보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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