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급 두뇌 모시기에 허리 굽히는 중국 지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31일 03시 00분


한때 의과대학에 맞먹을 정도로 인기였던 소프트웨어 전공이 정보기술(IT) 강국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학생 모집조차 어려워졌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005년 이후 다섯 번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소프트웨어 인력 투자가 미흡하다 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2007년 소프트웨어 개발역량 평가에서 한국은 3개 그룹 중 최하위인 ‘비기너(초급)’로 분류되는 수모를 당했다. 중국 멕시코 포르투갈과 같은 수준이다. 소프트웨어 전공이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3D 업종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같은 소프트웨어가 나올 수 없다.

세계시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설계만 하고 제품은 중국이나 대만에서 만든다. 하버드대에 다닐 때 페이스북을 만들어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그는 고등학교 때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재능 있는 프로그래머였다. 그는 자신의 성공신화에 대해 “6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열심히 프로그래밍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가 2011학년도부터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해 고교 최상위권 학생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재능이 있는 창의적 학생을 선발한다. 이들에게는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기숙사도 제공한다. 휴대전화 같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술은 세계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 설계능력이 뒤떨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비단 소프트웨어 분야뿐 아니라 이공계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이 날로 심해져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산업기술의 미래가 암울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국내 이공계 박사 9만7000여 명 가운데 8.4%인 8100명이 미국 등 국외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해외를 선택하는 이유는 의사 등 전문직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다 연구의 자율성과 보상이 적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8일 해외의 이공계 두뇌 70명과 가족을 최고급 휴양지 베이다이허로 초청했다. 이들 가운데 43명이 외국 국적이었다. 2년 후면 중국 최고권력을 승계할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비롯한 최고위급 간부들이 이들을 환영했다. 이런 정성에 감복한 과학자 10만 명이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창의력 있는 이공계 두뇌를 양성하는 것 못지않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어 한국에 붙잡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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