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어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우리금융그룹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룹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와 49개 자회사 및 손자회사 중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47개사는 합병이나 지분매각 방식으로 민영화할 예정이다. 계열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분리 매각해 새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다.
정부는 1998년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한 뒤 다음 해 두 은행을 한빛은행으로 통합했다. 2001년에는 경남 평화 광주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도 묶어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우리금융이 민영화하면 공적자금 투입 13년 만에 국유 금융회사에서 벗어난다. 1997년 말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외환위기의 상징적 잔해가 사라진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금융에는 총 12조7663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6월 말 현재 41.5%인 5조3014억 원이 회수됐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를 전량 매각하면 투입된 공적자금을 대부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유무형의 각종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공적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현실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액이 증가할수록 국민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국유 금융회사 체제’를 연장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돼야 의미가 크다. 정부는 민영화 이후 경영이나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천명하고 실천해야 한다. KB금융,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들을 살펴보면 형식상으론 민영화를 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해당 기업에 입김을 미치는 일이 되풀이됐다. 금융산업이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시장 경쟁을 통해 발전하려면 먼저 정부 통제에서 풀려나야 한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그동안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이었다. 이제 민영화 방식과 일정이 나온 만큼 정부는 부실 저축은행 통폐합과 지방은행의 정체성 확립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