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천안함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외교통상부 홈페이지·www.mofat.go.kr)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제17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외교부가 내린 평가다. 그러나 이는 진실과 거리가 있다. 지난주 ARF에서 벌인 한국 정부의 외교전은 실패였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기 때문. 단적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ARF 의장성명은 북한을 공격 주체로 적시하지 못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성명보다도 뒤처졌다. 안보리 의장성명에 나타난 ‘북한’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안보리 의장성명에 나온 공격에 대한 ‘규탄한다(condemn)’는 ‘깊은 우려(deep concern)’로 수위가 떨어졌다.
외교부 표현대로 ‘주변국’이 모인 외교전장(ARF)에서의 실패는 더욱 뼈아프다. 왜 그랬을까.
아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30일 방영된 동아일보의 인터넷 방송뉴스 ‘동아 뉴스테이션’(station.donga.com)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관계 변화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2008년 7월 북한과 아세안 국가 간에 우호협력조약(TAC)이 체결됐고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얀마의 경우 1983년 아웅산묘소테러사건으로 단절됐던 외교관계를 복원했다.”(이동민 박사·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이 박사는 북한의 식량난이 최근 아세안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최근 북한은 동남아시아로 자국의 광물이나 무기를 수출하고 그 대가로 쌀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태국 베트남 미얀마 같은 국가와의 교역에서 쌀을 받아간다. (아세안 관련국이) 북한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대니얼 핑스턴 박사는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아세안 국가와 북한의 은밀한 군사적 협력 관계를 거론했다. “미얀마의 고위급 장성들이 최근 북한을 방문해 군사적 협력을 모색했고 미얀마가 북한과의 핵, 미사일 개발 협력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아세안 국가가 북한 감싸기에 나선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결국 국익 앞에 냉정한 아세안 국가의 속내를 간파하고, 극복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외교력…. ‘주변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무척 허망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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