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광수]에너지를 기부하는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정부가 8월과 9월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을 각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00년 이후 석유를 비롯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원가는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정부는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률은 낮은 수준으로 묶어 뒀다. 이에 따라 한전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인상 조치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저소득층 할인혜택에 허점 많아

정부는 전기요금을 평균 3.5%, 도시가스요금을 4.9% 인상하는 데 그쳐 이번 인상에도 불구하고 요금 수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인상률이 낮더라도 저소득층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부담스럽다. 에너지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계소득에서 에너지 구입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저소득층에서 두드러진다.

정부는 서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의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적용해온 요금 할인율을 확대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비용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쉽게 생각되는 점이 일부 있다.

첫째, 현재 전기요금 등에서 적용하는 요금할인 제도는 취약가구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소비량이 많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문제를 지닌다. 둘째, 요금할인 폭을 확대해 취약계층의 추가부담이 없도록 했다지만 이는 요금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에만 해당되며 아직도 많은 가구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셋째, 한전 등이 공기업이기는 하지만 요금할인과 같은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위한 재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요금할인과 같은 가격 지원 외에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앞으로 에너지 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요금할인 확대 등의 방법을 반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격지원보다 효율적인 지원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소득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소득지원이 가격지원보다 수혜자에게 더 큰 효용을 준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다. 다만 현금지급 방식은 에너지 소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의 전용 등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바우처 지급과 같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할인폭 큰 대기업들 사회환원을

소득지원을 위해서는 추가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에너지 지원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 크게 늘었지만 재원의 상당 부분을 에너지 공기업 등에서 맡았다. 이제는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의 제고라는 점에서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한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대기업일수록 그동안 낮은 전기요금의 혜택을 크게 받아 온 만큼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지난겨울, 추위로 난방용 에너지 소비가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기상청 예보로는 올여름은 더울 것이라 한다. 이미 전력 소비가 크게 늘었고, 당분간 그럴 것이다. 저소득층이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를 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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