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닷컴 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야한 화보들. 때로는 한솥밥 먹는 동료에게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럴 때 담당 부서가 보일 수 있는 반응이란 “알 만한 분이 왜…” 정도가 될까. 사이트의 영향력을 입증할 트래픽을 벌어들이는 도구가 화보들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촉발된 미디어 환경 변화는 시장을 재편하고 우리 삶의 양식까지 바꾸고 있다. 정보의 습득방식과 소비 채널이 휙휙 달라지는 가운데 미래 언론이 어디로 갈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1년 전 도쿄에서 귀국해 풍덩 던져진 온라인 세상은 별세계 같았다. 전 세계 언론계는 ‘돈 되는 길’, 즉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열심이었다. 인터넷에 독자를 잠식당한 언론이 막상 ‘인터넷 뉴스=공짜’라는 현실에 밀려 대체 수익모델은 찾을 수 없으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급기야 호주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은 6월 “공짜 뉴스란 없다”며 자사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를 선언했고 결과를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한국적 현실은 어떨까. 필자가 일하는 부서에서는 기사별로 실시간 조회 추세를 볼 수 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사실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거나 논쟁을 부추기는, 선정적이거나 엽기적인, 흔히 말하는 ‘낚시성’ 기사일수록 조회수가 급속도로 올라가더란 점이다. 그리고 이 조회수는 닷컴사들의 수입원인 광고를 얻는 잣대가 된다. 애써 생산해낸 콘텐츠가 값싸게 취급되는 현실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올리는 게 최선이다. 결국 ‘낚시질’로 트래픽에만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터넷 시대, 의견(opinion)들은 넘쳐나지만 그 기반이 되는 팩트(fact)는 줄고 있다. 팩트를 추구하는 탐사보도를 제대로 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경기를 맞은 언론사 상당수가 탐사보도를 호사(luxury)로 여기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6월부터 보도를 시작한 비영리 온라인신문 프로퍼블리카(www.propublica.org)의 설립취지문의 한 대목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책무를 자임했다. 폴 슈타이거 전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 휘하 탐사보도 전문기자 32명이 생산해내는 기사는 자사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매거진 등 올드미디어에 무료 제공되기도 한다. 올 4월에는 온라인매체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작을 냈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들은 자원봉사 중일까? 천만에. 캘리포니아의 독지가 부부가 매년 1000만 달러(약 120억 원)씩 지원을 약속한 것을 비롯해 각지에서 기부가 쇄도한다. 지난해 예산은 900만 달러. 2008년엔 편집장인 슈타이거의 연봉으로만 57만 달러가 지급됐다.
온라인매체는 아니지만 아이폰4를 둘러싼 ‘안테나게이트’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를 손들게 한 소비자 잡지 컨슈머리포트도 부럽기만 한 매체다. 천하의 잡스를 굴복시킨 힘은 720만 유료독자의 잡지에 대한 신뢰와 그 신뢰에 부응해 온 잡지의 영향력에서 나왔다. 신뢰가 신뢰를 낳는 선순환이다.
한 사회가 누릴 수 있는 문화자산은 그 사회의 성숙도와 부담 능력에 어느 정도 비례한다. 그렇다면 한국판 선순환은 어디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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