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뒤 북한 정권을 거듭 비판해온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87)가 이번엔 ‘한심한 남한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는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과학적 조사 결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일부 풍토에 대해 “정신 못 차리고 김정일을 두둔한다면 통일은 고사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난 누워서도 김정일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걸 안 믿는 젊은이가 30%나 된다니 참 한심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황 씨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북이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살지”라고 한 데 대해서도 동조했다. 유 장관은 할 말을 한 것이지만 일부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천안함 조사결과에 계속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측은 “젊은이들을 싸잡아 종북(從北)주의로 매도한 것은 젊은이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확대해석해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정략적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황 씨는 “각자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게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유 장관을 거들었다.
▷황 씨는 김정일의 폭정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보다 진실을 외면하는 일부 남한 사람이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김정일의 포악성(暴惡性)을 폭로하고 북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일에 열중해왔다. 최근에는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떠오르자 “3대 세습은 멸망을 재촉하는 일”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2002년엔 햇볕정책을 비판한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는 책을 펴내 김대중 정권의 미움을 샀다.
▷북의 테러 위협과 암살 공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황 씨가 남한사회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종을 울리는 것은 남한의 종북병(病)이 그만큼 중증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공인했는데도 일부 세력이 북을 두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인체로 치면 암덩어리가 퍼질 대로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북 좌파세력이 김정일을 노골적으로 편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마구 흔들고 있는데도 그들을 정면 비판한 정부 고위 당국자가 유 장관 말고는 없는 것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