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황장엽 씨의 남한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뒤 북한 정권을 거듭 비판해온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87)가 이번엔 ‘한심한 남한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는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과학적 조사 결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 사회의 일부 풍토에 대해 “정신 못 차리고 김정일을 두둔한다면 통일은 고사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난 누워서도 김정일이 한 짓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걸 안 믿는 젊은이가 30%나 된다니 참 한심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황 씨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북이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살지”라고 한 데 대해서도 동조했다. 유 장관은 할 말을 한 것이지만 일부에서 이를 문제 삼았다. 천안함 조사결과에 계속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측은 “젊은이들을 싸잡아 종북(從北)주의로 매도한 것은 젊은이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확대해석해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정략적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황 씨는 “각자 살고 싶은 곳에 가서 살게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유 장관을 거들었다.

▷황 씨는 김정일의 폭정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보다 진실을 외면하는 일부 남한 사람이 더 문제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김정일의 포악성(暴惡性)을 폭로하고 북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일에 열중해왔다. 최근에는 3남 김정은이 후계자로 떠오르자 “3대 세습은 멸망을 재촉하는 일”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2002년엔 햇볕정책을 비판한 ‘어둠의 편이 된 햇볕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는 책을 펴내 김대중 정권의 미움을 샀다.

▷북의 테러 위협과 암살 공작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황 씨가 남한사회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경종을 울리는 것은 남한의 종북병(病)이 그만큼 중증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공인했는데도 일부 세력이 북을 두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인체로 치면 암덩어리가 퍼질 대로 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북 좌파세력이 김정일을 노골적으로 편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마구 흔들고 있는데도 그들을 정면 비판한 정부 고위 당국자가 유 장관 말고는 없는 것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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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0-08-03 06:13:27

    천안함 폭침을 안믿는 사람이 30%는 한심할 정도가 아닙니다. 등골이 오싹한 섬뜩하다고 표현해야 합니다.30% 종북 좌파 표현 보다는 종북좌파의 대한민국 공산화 세력 또는 대한민국 전복 타도 노린 대한민국 적화 세력이라고 꼭집어서 말해야 합니다,유명환 장관의 바른 말에 공격하는 천정배의 민주당은 북한규탄결의안도 반대했습니다.이런 당이 대한민국 발전 위해서 세종시 원안을 만들었겠습니까?

  • 2010-08-04 11:38:04

    정치인이고 상인이고 법조인이고 직업이 무었이든 간에 비판에는 최소한의 양식과 의무가 필요하다. 북한인민이 아닌 정일이집단을 맹종하는 이 인간들은 어느나라사람들인가,,, 황장엽씨의 말은 백번 옳은 얘기다. 제발 자제합시다. 특히 자기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 각성합시다. 나라가 패망하면 정일이에 충성한 당신들의 운명도 예외가 아님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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