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바다는 즐거운 놀이터다. 어부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고, 해양학자들의 눈에 비친 바다는 풀어야 할 과제로 가득한 연구 대상이다. 항해술의 발달은 인류 문명을 급속도로 발전시켰다. 육로보다 더 빠른 문명 교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선 문명을 열기 위해 강대국이 벌인 바닷길 쟁탈전은 바다를 피로 물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바다는 예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다가 가깝게 느껴지는 계절을 맞아 4일 시작하는 ‘2010 책 읽는 대한민국’의 네 번째 시리즈 주제를 ‘바다 이야기 20선’으로 정했다. 주강현 해양문화연구원장, 이상룡 부산대 교수, 이석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원, 김기태 영남대 교수의 추천을 받아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이 바다에 관한 책 20권을 뽑았다.
전문가들은 우선 바다의 기원을 설명하거나 심해 생태계를 추적한 책 등 바다를 과학적으로 다룬 책을 추천했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바다가 어떻게 탄생했고, 거기서 생명이 어떻게 출현했으며, 바닷속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자세하게 짚었다. 주 원장은 “교양으로 바다를 이해하는 데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고 평가했다. 주 원장은 “해양 미시사의 압권”이라며 ‘해삼의 눈’도 추천했다. 해삼의 산지부터 시작해 가공 현장과 유통 경로를 추적하면서 바다 사람들의 문화 교류사를 파헤친 책이다.
‘대단한 바다여행’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다. 바다의 생성 과정, 바닷물의 물리화학적 성질 등을 알기 쉽게 기술했다. 역사학 인류학 등 다른 시각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책도 선정됐다. ‘적도의 침묵’은 저자가 하와이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제도 등 태평양에 있는 적도 인근 섬을 답사하고 그곳 사람들의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제국주의 열강에 의한 식민지 역사부터 현재 원주민들의 관습과 일상 등 다각도로 이야기를 펼친다.
주경철 서울대 교수는 ‘문명과 바다’에서 근대 세계사를 바다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15세기 이후 바다를 통해 활발해진 교역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꿨다. 상품뿐만 아니라 지식과 정보, 사상과 종교, 심지어 병균까지 오가면서 세계가 급변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바다의 제국들’은 16세기 기독교와 이슬람이 지중해를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피비린내 나는 쟁탈전을 박진감 넘치게 풀어 놓은 책. ‘바다 기담’은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 전해져 오는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설화집이다.
이 교수는 근현대 유명 해양학자들의 연구 일생을 다룬 ‘천재들의 과학노트5(해양학)’를 추천했다. 그는 “단순한 과학사가 아니라 과학적 업적 뒤에 숨어 있는 과학자들의 고민과 환희, 업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따뜻한 시각으로 서술했다”고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신음하는 바다의 현주소를 깨닫게 하고 바다와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며 ‘바다로 간 플라스틱’을 꼽았다.
이 밖에 바다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에너지원인 조석(潮汐)을 설명하는 ‘바다의 맥박 조석 이야기’, 사진 150여 장을 곁들여 바다 밑 세계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심해 탐사 여행’, 한국을 중심으로 고대로부터 항해와 표류 때문에 어떤 문물의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조명한 ‘항해와 표류의 역사’ 등을 이번 시리즈에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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