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감들, 무상급식보다 학력격차부터 줄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고등학교의 지역 간 학력(學力)격차가 뚜렷하다. 동아일보와 ㈜하늘교육이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평균 2등급 이내 학생 수를 고교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서울에선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2등급 이상 학생이 3602명으로 나머지 20개 구 학생(2559명)보다 많았다. 지방 시도의 고교들 사이에도 2등급 이상 학생의 비율이 천차만별이었다. 수능에서 평균 2등급 안에 들지 못하면 상위권 대학 입학이 쉽지 않다.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에 사는 고교생들의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도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다. 경제력에 따른 학력격차가 고착화하면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더욱 어려워져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소지가 커진다. 요컨대 학력격차를 상향(上向) 완화해야 국가의 총체적 인적자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하며 국민은 이를 위해 세금을 낸다.

그런데도 지난달 취임한 좌파 교육감들은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의 학력향상보다는 모든 학생에게 공짜로 점심 먹이는 일을 교육의 최우선 과제인 양 떠들고 있다. 점심을 먹어야 공부도 하지만 학교와 교육당국은 일차적으로 잘 가르치는 일에 정성을 쏟는 게 정상이다. 교육예산이 무한정 있는 게 아니라면 부유층 자녀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게 아니라,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 기회도 갖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질 좋은 공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기회의 평등’ 원리에 부합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면 학군 조정도 하겠다”고 말했지만 잘못된 발상이다. 부유층과 저소득층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도록 하겠다는 얘기인데 이들을 섞어 학력평균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은 개별 학생의 실력 향상과는 무관한 통계 놀음이 되기 쉽다.

학력격차를 완화하려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잘하는 학교, 못하는 학교부터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이를 근거로 낙후 지역에 우수 교사를 파견하고 예산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경쟁 아닌 행복’ 같은 달짝지근한 말을 앞세워 결과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력증진 기회를 박탈하는 교육감들은 이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교육 수요자들도 이런 교육감을 단호히 배격해야 잘못된 교육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