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총생산(GDP)이 7.6% 성장해 2000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의 경제상황이 아직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7월 말 누계 무역수지 흑자가 233억 달러로 집계돼 정부의 연간 목표(210억 달러)를 초과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무역흑자가 3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전망돼 경기과열 우려까지 제기된다.
10년 만에 최고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6월 말 청년실업률(15∼29세)은 8.3%로 2009년 7.6%보다 오히려 악화됐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3%에 이른다고 한다. 청년실업은 결혼과 출산율을 떨어뜨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걱정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매출 상위 750개사의 매출이 5년간 57.1%인 573조 원 증가하는 동안 종업원은 6.4%인 8만5163명밖에 늘지 않았다. 매출 1위인 삼성전자도 최근 5년간 4491명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고용 없는 성장은 자동화설비 등 생산시스템이 고도화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한 결과이다.
반면에 중소기업중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3∼2008년 창출된 일자리 116만 개 중 96.6%가 중소기업에서 나왔다고 한다. 높은 청년실업률이 무색하게 중소기업의 84%는 제때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을 제안해도 대다수의 청년은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도 불공정한 거래관행과 대기업 위주의 시장구조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보며 자라 온 청년들이 절대로 망하지 않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에만 매달리는 현상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기술력 창의성 도전정신을 갖고 창업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신화이다. 이런 신화가 재현될 때 우수한 젊은이들이 과학 공학 기술 분야를 지망하고 창업 의지를 갖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택할 것이다. 기업의 성장신화를 현실화하는 길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공정한 거래질서의 확립이다. 공정거래 규정을 실효성 있게 정비하고 현장에서 엄정하게 집행하고 규정 위반에 대한 합당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과 엄정한 집행을 반대기업적 기조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인위적이고 직접적인 정책은 효과가 지속되기 어렵다. 그 비용은 국민과 기업의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온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하고 경쟁력 없는 기업이 도태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만들 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하도록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서두르고,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돕도록 KOTRA가 중소기업의 정보와 유통망 역할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조할 때마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늘 반복되는 구호려니 생각했다. 우리의 경제현실에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도 어려운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를 보장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의 구축만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일자리 창출의 열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든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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