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재선用선심예산부터 민생 위해 돌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2003∼2009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된 사업 가운데 25건(총사업비 11조5702억 원)의 예산을 국회가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9∼2005년에도 타당성이 낮아 보류된 사업 19건(총사업비 12조8888억 원)을 정치권이 끼워 넣기 식으로 예산을 투입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00억 원 이상 대형 신규 사업의 경제성이나 균형발전 기여도를 종합 평가하는 제도로 평점 0.5 이상이어야 추진할 만한 사업으로 분류된다. 총사업비 기준으로 매년 1조2000억 원 이상이 의원들의 선심예산으로 투입되는 셈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수천억,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면 정작 더 중요한 사업이나 민생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 대비해 예산 심의 때 담합을 통해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지난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28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일부 의원이 지역 민원성 예산을 증액했다가 비난받았다. 예산 계수조정소위원회를 공개하고 예산을 늘리는 의원의 이름을 공표해서라도 국회의 마구잡이 식 예산 배정을 막을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들은 내년 예산(기금 포함)으로 총 313조 원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예산안을 306조 원 규모로 짤 계획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투입을 최대한 늘렸으나 내년에는 재정을 헤프게 쓸 여유가 없다. 세계 각국은 국가채무 관리에 비상이 걸려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34%로 비교적 양호하다고 해도 10년 뒤엔 5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심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약속대로 예산 10% 절감을 실천해야 하고 국회는 지역구보다 국가재정을 우선시해야 한다. 일본도 내년 예산을 10% 줄여 마련한 재원을 신(新)성장 전략에 쓰기로 했다.

국회는 2000년 이후 한 번을 제외하고는 예산안 의결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는 나쁜 관행을 올해는 깨기 바란다. 작년의 나라살림 결산안도 국회법에 따라 정기국회 이전에 심의해 그 결과를 새해 예산안 편성에 반영해야 한다. 예산안의 졸속 심의를 막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 심의 기간을 현재 60일에서 90일로 늘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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