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욕설과 막말에 뒤덮인 나라는 문화국가가 될 수 없다. 욕설과 막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교양인 대접을 받을 수도 없다. 오늘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토록 심각한 언어 타락을 자초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환경시설 관리병으로 근무하던 한 병사가 2년 전 상급자에게 “개○○ 죽을래” 같은 욕설을 듣고 모욕감을 못 이긴 나머지 부대 작업장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육군 법무실의 ‘군 내 언어폭력 이대로 좋은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의 자살 사건 중 언어폭력으로 인한 사례가 27%에 이른다.
욕설은 불량 남학생들이나 하는 것으로 돼있었지만 지금은 우등생도, 여학생도 별 생각 없이 욕설을 입에 담는다. 어머니뻘 되는 환경미화원에게 심한 욕설을 한 모 대학 ‘패륜녀’가 인터넷에서 크게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중고교생 대상으로 인터넷강의를 하는 강사들은 인기를 끄는 수단으로 욕설을 사용한다. “이승만 박정희는 ×새끼”라는 사회탐구, “×놈, ×새끼”가 말끝마다 끼어드는 수리영역 강의가 중고교생들의 의식을 파고들고 있다.
TV와 라디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쏟아내는 비속어 문제도 심각하다. 가이드라인도, 제재장치도 없는 인터넷 공간의 댓글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최근 아이폰 열풍을 타고 ‘대놓고 욕해줌’ 같은 애플리케이션(앱)이 욕설을 일상화, 오락화의 경지로 가져다놓았다. 각종 매체를 타고 번지는 욕설을 무감각하게 방치하다 보면 갈수록 확대 재생산돼 전체 사회가 건강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육군이 ‘욕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장병들이 철없는 10대도 아니고, 제대하면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욕을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생활을 해선 곤란하다”는 취지다. ‘말하기’나 언어순화 교육은 학교에서 맡아야 할 부분이지만 군이라고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언어는 습관이다. 욕설 없이는 말을 못하는 습관이 배면 제대한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고치기 어렵다.
언어는 정신을 표출하는 기호이며 영혼의 울림이다. 어휘와 말씨는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품성, 교양과 사회경제적 배경을 말해준다. 별 생각 없이 쓰는 욕설이 자신의 민얼굴임을 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함부로 쓰긴 힘들 것이다. 언어 순화는 감정 통제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의 한 방법이다. 말이 혼탁해지면 정신도 사회도 병들게 된다.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아이들의 욕설도 줄어들 것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배려와 따스함이 배어나오는 말을 쓰기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돼야 문화국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