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20선]<5>바다의 맥박 조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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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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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대승을 도운 조류

◇바다의 맥박 조석 이야기/이상용·이석 지음/지성사

《“아주 오래전부터 바다에 기대어 살았던 사람들은 조석 현상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조석을 이용해서 배를 띄우고, 먹을거리를 얻고, 꿈을 키워 왔다. 하물며 바닷가에 사는 작은 생물들도 본능적으로 조류에 맞추어 이동을 하며 알을 낳고 살아간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일상생활의 많은 것들이 조석과 관련돼 있다.”》

조석(潮汐)은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으로, 근래에는 대체에너지의 하나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석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법에는 조류가 아주 강한 해역에 수차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조류발전, 바다에 연결된 강에 방조제를 쌓아 바닷물을 가둔 뒤 낙차를 이용해 발전을 하는 조력발전 등이 있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이다. 저자는 “조석은 미래의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다른 해양과학 분야에 비해 일반적인 이해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해양학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들은 방학을 맞아 서해안에 있는 외갓집에 놀러 간 초등학생의 눈을 통해 조석에 관한 의문점을 제시하고, 이를 대학원에서 해양학을 공부한 이모가 대답해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신우는 아침을 먹고 바다에 나갔다가 특이한 경험을 했다. 전날까지 바다였던 곳이 갯벌로 변해버린 것. 신우는 바닷물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했다. 이모는 이것을 ‘조석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바닷물이 가장 높이 찼을 때인 고조(만조)부터 다음 고조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바닷물이 가장 낮은 때인 저조(간조)부터 다음 저조까지 걸리는 시간이 조석 주기다. 서해는 조석 주기가 12시간을 약간 넘는다. 저조와 고조 사이에 바닷물의 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창조(漲潮)라고 하고, 보통 창조 동안에 먼바다의 물이 육지 쪽으로 흐르는 것이 밀물이다. 반대로 고조에서 저조 사이에 바닷물의 높이가 점점 내려가는 것이 낙조(落潮)이고 이때 육지 쪽의 물이 먼바다로 물러나는 것을 썰물이라고 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을 합쳐 조류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조류의 흐름을 전투에 활용한 것을 대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충무공은 진도와 육지 사이의 좁은 수로인 명량수로를 결전의 장소로 정한 뒤, 먼저 강한 밀물을 타고 수로로 들어와 닻을 내리고 왜군 함대를 기다렸다. 이 수로는 폭이 좁아 모든 함대가 한꺼번에 통과할 수 없었고, 게다가 왜군은 통과 당시 강한 조류를 만나 큰 피해를 입었다. 물때가 바뀌어 썰물이 됐을 때 충무공은 닻을 올리고 허둥대는 왜군 함대를 향해 돌격해 대승을 거둔다.

이 책에는 다양한 해양 지식도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차가 가장 큰 곳은 인천 앞바다로 해수면의 높이차가 최고 9m 이상이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해수면 차는 작아져 목포는 약 3m, 부산은 1m이고, 가장 차이가 작은 포항은 20cm도 안 된다.

갯벌은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해안 갯벌은 북해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미국 동부 조지아 연안, 아마존 하구 갯벌과 함께 세계 5개 갯벌로 꼽힌다. 북해 연안 갯벌의 3분의 2가 위치한 독일은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현재 전남 무안과 진도, 순천만, 보성 벌교, 인천 옹진 장봉, 전북 부안 줄포만 갯벌 등 6군데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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