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프가니스탄전쟁 비용은 미국의 독립전쟁, 1812년 미영(美英)전쟁, 미국-멕시코 전쟁, 남북전쟁, 미국-스페인 전쟁 비용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미 의회조사국은 테러와의 전쟁 비용이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최근 밝혔다.
9·11테러는 미국의 정책을 왜곡시켰다. 우리는 국방비에 너무 많이 투자하는 반면 교육과 외교에는 너무 적게 투자한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강경 외교정책을 비난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부시 정부 때보다 군사비를 6.1% 늘리고 아프간 파병 병력을 3배나 늘린 것은 다름 아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달 아프간 및 이라크 전비로 37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예산안에 서명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현 정부 들어 냉전 시기나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때보다 더 많은 예산이 국방비로 지출됐다. 미국 해군력은 다음 순위 13개국의 해군력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크다. 정보기관도 비대해져 1급 비밀을 다루는 사람이 워싱턴 인구(약 57만 명)의 1.5배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젊은이 대비 학위 수여 비율이 세계 12위로 떨어졌다는 뉴스도 나온다. 군비가 얼마인지만 따지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군사력과 교육은 비교가 가능하다. 교육을 통해 해외의 극단주의자를 얼마나 줄였는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사 1명을 아프간에 1년간 주둔시키는 비용이면 약 20개의 학교를 그곳에 세울 수 있다.
강경론자는 미군의 보호 없이는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틀렸다. 국제구호단체 ‘케어’는 아프간에 학교를 300여 개 세웠지만 탈레반이 불태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저서 ‘세 잔의 차’로 유명한 그레그 모텐슨 씨가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학교 145개를 조사한 결과를 봐도 탈레반이 파괴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구호단체들은 현지 부족 지도자들을 존중하면서 협력과 동의를 구한다면 충분히 학교를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주었다. 케어와 모텐슨 씨는 무력을 증파하는 방법에 매달린 오바마 대통령보다 아프간 평화에 더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미군도 ‘세 잔의 차’를 열심히 읽긴 했겠지만 미사일을 쏘는 것보다 학교를 세우는 것이 평화를 위해 더 유용하다는 핵심 교훈은 체득하지 못한 것 같다. 크루즈 미사일 한 기 비용으론 학교 11개를 세울 수 있다.
모텐슨 씨는 미군 246명의 1년 파병 비용이면 모든 아프간 주민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프간 경제 및 시민사회 재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다. 거기에 필요한 예산은 올해 아프간 전비의 0.25%에 불과하다. 파키스탄에 수십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해봐야 그들의 충성심을 살 수 없지만 교육은 분명히 사람들을 개조할 수 있다.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교육펀드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그 말을 잊은 듯하다. 아프간전에 5주 동안 쏟는 돈이면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초등교육을 받게 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가치로 단 24억 달러를 들여 독립을 쟁취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9일마다 이만큼의 돈을 써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훌륭한 투자인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바로 지금이 우리의 가치관을 재조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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