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史자존하며 자유 민주 선진 통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1951년 제1차 한일회담 예비회의 때 한국의 양유찬 수석대표가 “구원(舊怨)을 잊고 양국이 화해하자”고 제의했을 때 일본 대표는 “무엇을 화해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무력에 의한 한일 강제병합과 일제강점 35년의 민족문화 말살, 수탈을 망각한 오만한 발언이었다. 1953년 한국은 국민소득 67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다. 이 시절 한일 관계는 우리에게 굴욕의 연속이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달 10일 발표한 한일 강제병합 100년 담화에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反)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요지로 다소나마 진전된 사과를 했다. 일본이 ‘파트너 관계’라는 말을 하기까지 실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냉엄한 세계 질서 속에서 국력과 국가 위상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내일 광복 65주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 건국 62주년을 맞는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는 해에 찾아온 광복절이라 감회가 각별하다. 광복 후 극심했던 사회 혼란을 극복하고 나라의 기틀을 세웠고,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5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망국(亡國)에서 오늘의 성취까지 실로 영욕(榮辱)이 교차한 한 세기였다.

같은 민족임에도 남북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은 양쪽이 선택한 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길을 선택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옳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제 정세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외교력으로 한미동맹을 구축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했다. 말년의 독재와 실정(失政)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가 건국과 6·25전쟁 극복을 통해 대한민국의 토대를 다진 공로를 폄훼해선 안 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해외에서 유치한 외화를 국가기간산업 육성에 집중 투입하고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해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기반을 닦았다. 민주화 세력은 산업화 이후의 절실한 과제였던 민주화를 앞당겼다. 남한의 건국 세력,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이 역할을 분담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뤄냈다. 남북한 간 소득, 문명, 자유민주의 격차는 같은 민족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2008년 남한의 명목 국민총소득은 북한의 38배, 무역 총액은 226배, 수출은 384배다. 온 국민이 함께 땀 흘려 이룬 결과요, 자유민주주의와 개방적 시장경제의 승리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북한의 이른바 선군(先軍)정치의 위협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토대로 동아시아의 패권국가로 부활하면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한반도에서 충돌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외교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급증하는 복지 수요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통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경제를 키우지 않으며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공표했다. 광복과 건국 이후 우리의 역사는 일부 좌파 세력이 주장하는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한 역사’도 아니고 패배주의의 역사도 아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 이룩한 기적의 역사를 잘 갈무리해 후세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국가 정체성 확립과 국민통합의 공간이자 교육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계의 관심과 격려가 더 필요하다. 서울의 국가 상징 거리에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대한민국의 상징관, 대한민국의 브랜드로 남는 박물관을 만들어야 의미를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추진체계와 예산으로는 어려워 보여 분발이 요구된다.

우리에겐 과거의 시련과 굴절 이상으로 미래의 도전과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냉엄한 현실 인식 위에서 5000만 국민, 나아가 남북과 세계 속의 8000만 민족이 하나가 되어 자유 민주 선진 번영 통일로 매진해야 한다. 2010년 8월 15일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도약을 결의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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