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한일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라이벌 관계’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물론 기초실력에서 아직 한국이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남아 있지만 일본을 추월한 분야도 확실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일본은 한국의 약진을 그리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한국 또한 일본을 추월하기 위해 일본의 성적에 과민반응을 보인다.
두 나라의 현재 ‘라이벌 관계’는 서로 상대방의 활약을 기뻐해주지 않고 상대의 불행이 내 행복이 되는 관계다. 말하자면 상대가 잘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스포츠에서 가장 현저히 나타난다. 올해 초엔 밴쿠버 올림픽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놀라운 기량을 발휘하여 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나 일본은 ‘노 골드’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김연아 선수가 우승했을 때 일본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트리플 악셀 점프를 성공한 유일한 여자선수’로 아사다 마오 선수를 과도하게 칭찬해 대회 후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선수에게 유리한 평가 제도를 만들게 했다.
김연아 선수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0명 중에 뽑혔고 역사상 가장 우수한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도 선정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그런 김연아의 세계적 평가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을 때 어떤 일본인들은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날 것을 내심 기대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경제력은 1980년대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세계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나 LG 같은 회사들의 약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줄곧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일본뿐이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서 열린 개막식 행사를 아나운서 둘이 의도적으로 화면을 가려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나라도 일본이다. 그 외에도 한국의 활약을 원하지 않는 일본의 행위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반대로 한국의 태도 또한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다. 1997년에 일본 고베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에서는 일본의 참사를 더 원하는 내용의 댓글이 적지 않았다. 어떤 한국 국민들은 일본이 지진이나 화산폭발로 지구상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기도 한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진출하려고 했을 때 선두에 서서 반대했던 나라가 한국이었다. 방송에서도 어떤 기상캐스터가 “태풍은 ‘다행히’ 일본 쪽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라고 몇 번이나 발언해서 일본인들의 항의를 받고 캐스터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일본의 칠석행사를 보도하면서 배우 출신 아나운서가 “일본은 한국의 옛이야기까지 훔친 나라”라고 마이크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일본 유도가 종합 우승한 사실은 빼고 한국 선수의 활약만을 보도하거나 각종 국가지표를 발표할 때에도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순위가 낮을 때만 보도한다. 기타 이웃나라의 경사는 무시하고 불행을 크게 보도하려는 방식은 일본 측 태도와 대동소이하다.
올해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한 해이다.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들을 좋은 방향으로 전환하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이제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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