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20선]<11>흥미로운 심해 탐사 여행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끝도 없이 나타나는 바다생물들

◇흥미로운 심해 탐사 여행/달린 트루 크리스트 외 지음/시그마북스

《사실 바다에 대체 무엇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너무 없는 터라 과학자들은 해양 밑바닥보다는 다른 행성의 표면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을 거라고 종종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전 세계 대양과 바다 중 95%는 우리가 아직 탐사하지 못한 곳이다.》
그 이유를 단순하게 바라보면 바다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 3억6100만 km²를 덮고 있으며, 그 부피는 13억7000만 km³이고 평균 수심은 3.8km이다. 이 밖에도 바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짙어지는 어둠과 높아지는 수압도 심해 탐사를 더욱 힘들게 한다.

다행히도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심해 탐사의 그러한 장애물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우리는 햇빛 눈부신 산호초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바닷속까지 탐사해서 생명체를 찾아내고 조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10년 기획의 해양생물 개체조사 사업이 2000년 시작됐다. 2010년까지 전 세계 바다를 대상으로 삼아 첫 개체조사 연구결과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 82개국에서 모인 2000명이 넘는 과학자가 참여해 ‘바다에는 한때 무엇이 살았었나’ ‘바다에는 지금 무엇이 살고 있나’ ‘바다에는 앞으로 무엇이 살게 될까’ 등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섰다.

그러한 해양생물 개체조사 사업의 과정들을 숨이 멈출 듯 경이로운 심해 사진들과 함께 아름답게 담아낸 책이다. 미생물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바다에서 다양한 생물을 조사했던 10년의 연구 과정들을 기록하며 바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전 세계 해양 컨베이어 벨트, 남극과 북극 두 얼음 바다의 차이 등 바다에 대한 지식들과 바다표범 꼬리표 붙이기 등 개체조사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개체조사팀 연구자들은 과거를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다. 1600년대 러시아 수도원의 기록물이나 세계 도처의 문헌자료실에 먼지가 쌓여 있던 포경 기록부터 20세기에 시작된 호주의 하역기록, 발트 해 지역의 세무 기록 등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들을 검토했다. 어떤 경우에는 미국의 식당 차림표가 해당 생물 종을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공급량은 얼마나 풍부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2000명이 넘는 과학자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해양생물 개체조사 사업은 기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양 생태계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바다를 관리할지 결정하고, 해양생물자원을 건강한 수준으로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과학적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바다에는 앞으로 무엇이 살게 될까.’

저자들은 10년에 걸친 해양생물 개체조사 사업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이 질문에 대해선 여전히 해답 없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해양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저자들이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