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CEO vs 親서민… 혼란스러운 대통령의 이미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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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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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가난한 20대 청년이 몸이 아파 서울시립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좋은 주사를 놔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간호사는 “약값을 못 내는 무료 환자여서 비싼 주사를 놔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병상에 누운 채 이 대화를 듣던 그 환자는 눈물을 머금고 그 병원을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친기업→친서민) 논란을 취재하면서 그의 참모들로부터 이 일화를 여러 차례 들었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대통령은 당내 경선후보 때부터 ‘내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는 나 같은 서민도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도 “친서민 중도실용은 특별한 계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개념화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민 출신인 이 대통령은 원래 친서민이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런가. 경제단체의 한 간부는 “대선 때는 이 대통령이 ‘서민 출신’이란 점보다 경제를 살릴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란 점이 더욱 강조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이 대통령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 10인’으로 선정한 이유도 “기업 CEO 경험을 살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한국을 빠르게 회복시켰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친서민 노선을 둘러싼 정책적 혼란은 ‘서민 이명박’ 대 ‘CEO대통령 이명박’의 이미지가 혼재하면서 나타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친서민이 강조되면서 집권 초창기의 ‘CEO 대통령’ 이미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인사들은 특히 최근의 분위기가 ‘친기업=반(反)서민’이란 이분법적 갈등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마저 우려한다. 반대로 기자는 ‘친서민=반기업’이란 등식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과 정책 현장이 이 대통령의 이미지 변신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청와대 측이 “대통령은 변한 게 없다. 원래 친서민이었다”고만 하니 더 혼란스럽다. 이 대통령은 이런 이미지 혼란과 충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는 공인(公人)의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단호하게 쓴 적이 있다.

“보이는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이미지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공인이 될 자격이 없고 평범한 보통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 공인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중에서)

부형권 경제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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