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리 후보자의 法의식과 公私구분 능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경남지사에 재선된 직후(200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김 후보자의 사택에 경남도 직원이 출퇴근을 해가며 가사(家事) 도우미로 일했던 정황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속속 제시됐다. 김 후보자는 처음에는 “(도 직원이) 한 달에 한두 번 가끔 집안일을 도왔을 뿐”이라고 주장하다가 뒤늦게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경남지사 시절 6년간 그의 부인은 도 공무원이 운전해주는 관용차를 자가용 부리듯 했다. 각각 형법상 직권남용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김 후보자가 내각을 총괄하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공인(公人)에 걸맞은 법의식과 공사(公私)를 명확히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김 후보자가 2006년 지방선거 때 부친과 측근 등의 명의로 농협과 경남은행에서 대출받은 10억 원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은 정치자금 대출을 금지했던 당시의 은행법에 저촉된다. 그는 부인과 장모 공동소유 상가 1, 2층을 2007∼2010년 재산등록에서 빠뜨린 것을 비롯해 그동안 16차례의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11회나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거나 일부를 누락해 신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김 후보자의 무감각한 법의식은 우리 사회의 공직자와 권력층부터 법을 우습게 아는 풍토에도 원인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헌법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이라며 국가의 최고 법인 헌법을 능멸했다. 상위 3개 신문사의 구독점유율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반(反)시장적, 위헌적 신문법 개정안을 지난 정권이 통과시켰을 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지도부도 합의를 해줬다.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도 사면권 남용으로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8·15 특별사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비롯해 각종 불법행위로 처벌받은 정치인들을 포함시켰다. 판사 검사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비리에 연루됐던 법조인 8명까지 슬그머니 사면 명단에 끼워 넣었다.

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장에서 “도지사 두 번을 하면서 미래를 보며 나름대로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절제를 쭉 해왔다”고 말했다. 이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김 후보자가 국무총리 인준을 받으려면 법의식과 공사를 구분하는 자세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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