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뜸 들였던 정부의 주택시장 대책이 나왔다. 이번 정부에서 최초로 여러 부처가 힘을 합해 주택시장의 모든 측면을 다룬 종합대책을 만들었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양도소득세 등의 사안에서 시장이 예측했던 규제완화 수준을 넘어섰다. 성역으로 치부되던 보금자리주택에 대해서도 조정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무언가가 더 나올 것을 기대하고 의사결정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규제완화보다 시장 정상화 필요
시장침체의 문제를 일부 해소하리라 예상되지만 근본적인 측면에서 이번 대책이 아쉽게 느껴진다. 대책의 주요 항목은 참여정부가 도입 또는 강화했던 규제나 세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DTI나 양도소득세 중과세 문제는 물론이고 국민임대주택의 연장인 보금자리주택 문제도 그렇다. 제도를 아주 바꾸지 않고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에서 읽히는 정책기조는 ‘노무현 정부 정책들이 옳았지만 시장이 너무 침체되었으니 예외적인 조치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주택시장과 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해야겠다는 명시적인 결정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설업계와 주택 소유자의 민원을 해소하는 목적을 넘어서서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가고 그 속에서 정부의 역할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보니 그리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대책에서 어떤 일관된 철학 내지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 또는 강화했던 많은 규제와 세제는 강남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당시의 독특한 상황에서 나온 비상조치였다. 급했던 만큼 시장 왜곡을 거리끼지 않았다. 양도소득세를 예로 들어보자. 김대중 정부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과 정부 개입 사이에는 대체로 합의된 경계가 있었다. 1가구 1주택에 대해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주고, 2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정상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2주택 이상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는 중과세하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가 주택도 자산증식 수단임을 인정하지만 세금은 정상적으로 내라는 입장이었다면 노무현 정부는 주택은 자산증식 수단이 아니다, 주택에 투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자가 거주율은 60% 수준이다. 나머지 40%가 남의 집에 산다. 그중 10년 이상 안정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4%, 약 60만 채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640만 가구가 다주택 보유자가 제공하는 주택에 산다. 이처럼 많은 수의 국민이 정부 지원 없이 민간임대시장에서 주거를 해결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다주택 중과세 조치는 이런 민간 임대시장을 없애려는 시도이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정부가 수십조, 수백조 원을 들여 무주택자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장에서 얽혀 있는 수많은 사람의 관계를 세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대비시켜 전자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정치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2주택 중과 정치적 접근 벗어나야
이명박 정부가 시장을 존중하는 정책기조를 갖고 있다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데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시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참여자는 자유로이 부동산을 매매, 보유, 이용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정부는 꼭 필요한 영역에서만 개입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하에서 부동산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고 세금이 늘어난 것은 비정상이다. 이를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부자만을 위한다, 투기를 조장한다, 지방을 무시한다는 불만이 있겠지만 정부는 국민을 이해시켜 가면서 시장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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